'단골 매물' 박희수, '필수 좌완'이 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14 07: 19

트레이드 논의 시 매번 거론되던 좌완. 2군에서 예리한 제구력을 인정받은 왼손 투수였으나 지명도가 낮아 번번이 트레이드 매물로 꼽히던 그가 팀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SK 와이번스 좌완 박희수(28)가 끈질긴 상대의 추격세를 떨쳐내는 활약을 보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박희수는 지난 13일 문학 넥센전서 4-3으로 쫓기던 6회 마운드에 올라 송지만과 강정호를 잇달아 범퇴시키며 2년 선배 엄정욱의 선발승 요건을 지켰고 홀드도 기록했다. 경기 성적은 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탈삼진 2개와 볼넷 1개.

 
대전고-동국대를 거쳐 지난 2006년 2차 6순위(2002년 지명)로 입단한 박희수는 그동안 커다란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매뉴얼 피칭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구위 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군에서는 타자를 농락하는 제구를 보여줬으나 1군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중용되지 못한 이유였다.
 
사실 최근 박희수는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 논의 시 SK가 내밀던 카드였다. 지난 시즌에는 한화와의 트레이드 협상에서 거론되었으며 올 시즌 전반기에는 서울 팀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SK가 꺼낸 카드였다. 상대 구단에서 제시된 카드는 팀의 필수 계투와 괜찮은 왼손 거포였다.
 
적어도 SK에서는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판단을 했으나 상대 구단에서는 '지명도가 낮다'라며 이적 협상에 난색을 표했다. 사실 2군에서 타자를 갖고 노는 수준의 투수였더라도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으니 상대 팀이 손사래를 칠 만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적어도 트레이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박희수는 충분히 팀 내에서 믿음이 가는 투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박희수는 18경기 2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35(14일 현재)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0일 잠실 두산전서 9회 양의지의 번트에 뼈아픈 악송구를 저지르기는 했으나 3⅓이닝 1피안타(사사구 3개) 1실점을 기록했다. 적어도 실점 이전까지는 한 점차 뒤지고 있는 순간 분전하며 역전 발판을 마련했던 박희수다. 그리고 13일 넥센전서는 박병호의 투런으로 추격 의지를 불태운 넥센 타선을 밀쳐낸 호투를 보여준 선수가 박희수였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2군에서 제구력이 돋보였던 것과 달리 1군에서는 30⅔이닝 동안 16개의 사사구로 볼넷이 많은 편. 그러나 탈삼진 32개를 기록하며 피안타율도 1할8푼9리로 낮다. 적어도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자주 던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트레이드 밑물 논의 시 자주 언급되던 좌완.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 비율이 낮다는 장점 외 1군에서 특별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박희수는 이제 투타 선수난에 고민 중인 김성근 감독의 히든카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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