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던 좌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탄생에 좋은 활약이라는 선물을 주지 못하며 안타까워하던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쾌투로 팀이 42일 만에 연승을 거두는 데 한 몫했다. 좌완 이현승(28. 두산 베어스)이 오랜만에 마운드에서 환하게 웃었다.
이현승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서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3⅔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8-4 승리를 이끌었다. 선수 개인에게 있어서는 지난 4월 23일 대전 한화전 이후 112일 만에 거둔 시즌 3승(2패, 14일 현재)투.

올 시즌 31경기 3승 2패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03을 기록 중인 이현승이 제 위력을 다시 회복한 데에는 직구 구위를 다시 찾은 이유가 컸다. 사실 시즌 중반 이현승은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이 내뿜을 수 있는 구위의 최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힘껏 던져도 최고 136km 정도에 그쳤던 것.
선수 본인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히어로즈 시절 2009년 13승을 거두며 본연의 실력을 보여준 이현승은 그해 말 현금 10억원과 좌완 유망주 금민철의 반대 급부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나 기대치에 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그 이전 갖고 있던 팔꿈치 통증이 심해진 이유도 있었으나 바뀐 환경에서 제 나래를 펼치지 못하며 더욱 위축된 이현승이다.
그만큼 올 시즌을 준비하던 이현승의 각오는 대단했다. "선발 보직이 주어진다면 투지를 불사르겠다"라던 이현승은 라몬 라미레즈의 부진으로 개막 4선발이 되었으나 선발로서 100% 근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지훈련 당시 이현승은 선발이 아닌 계투로 훈련했다.
결국 한 달 만에 선발 보직을 잃고 계투로 이동한 이현승은 한동안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팔꿈치는 물론 어깨 상태도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6월 득녀의 기쁨을 안았고 시즌 후 뒤늦은 결혼식도 예정되었으나 몸 상태가 마음 같지 않아 답답했던 이현승이다.
그러나 13일은 달랐다. 이현승은 추가점을 노리던 한화 타선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꺾으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피칭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완급 조절용 커브도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경기 후 이현승은 "내 공이 좋았다기보다 타자들이 잘 속아준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뒤이어 그는 "코칭스태프에서 믿고 내보내 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시즌 막바지에 왔는데 올 시즌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부진했던 것을 모두 상쇄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7월 2일 잠실 LG전 이후 팀이 처음으로 거둔 2연승. 그 2연승의 교두보가 된 이현승의 호투. 그동안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남은 시즌 맹활약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이현승의 왼팔이 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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