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정진을 투입할 걸 그랬나봐".
14일 대전구장. 두산과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전날 경기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6회 김광수를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 감독은 "그 상황에서 박정진을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전날 인내를 발휘한 덕을 봤다. 이날 경기에서 박정진은 언제나처럼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올라 완벽한 피칭으로 흐름을 바꿔놓았다. 5승은 덤이었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번째 홀드를 올린 박정진은 0-1로 뒤진 5회 1사 1·2루에서 선발 마일영을 구원했다. 김현수를 상대로 한 2구째 공이 폭투가 돼 2·3루가 됐고, 결국 좌익수 쪽 희생플라이로 1점을 줬다. 하지만 김동주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급한 불을 껐다.

1-2로 따라붙은 6회초 박정진은 최준석-양의지-이원석으로 이어지는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요리했다. 그러자 힘을 받은 한화 타선은 6회말에만 안타 6개와 사사구 3개로 타자일순하며 대거 7득점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8-2로 벌어졌다. 박정진 투입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정진은 손시헌에게 볼넷, 정수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종욱과 고영민을 특유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구·3구 만에 승부를 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 이어 김현수와 풀카운트 8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잡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3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박정진은 2⅔이닝 동안 45개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 특유의 슬라이더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시즌 5승(3패)째를 거둔 박정진은 평균자책점도 3점대(3.12)에서 2점대(2.98)로 끌어내렸다. 지난달 21일 대전 KIA전을 시작으로 최근 7경기에서 13⅓이닝 무실점 행진. 이 기간 동안 박정진이 맞은 안타는 7개밖에 되지 않는다. 박정진이라는 존재가 한화의 승리를 부르는 보증수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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