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풀어지면 안 되는 팀이다. 타이트하게 가야한다".
지난 4년 간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거뒀다는 결과보다 현재의 과정을 우선시했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최근의 경기력을 반성하면서 선수들의 분발을 바랐다.

김 감독은 지난 14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감독실서 "지난 잠실에서 두산과의 3연전서는 모두 예상이 어그러졌다"라며 일단 자신의 용병술을 반성했다. 투수를 교체하는 족족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요즘은 투수를 바꾸면 꼭 맞는 경우가 나온다. 그동안 확률상으로는 이 선수를 내보내야 맞지만 그게 잘 안 되었다. 선발이 경기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 13일 넥센전서 4-3 신승을 거두며 송은범을 데이터에 참고해 9회 두 타자를 막아낸 뒤 장타 허용률이 낮은 좌완 정우람으로 이숭용을 막아낸 것이 맞아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눈치도 섞였다.
"문광은의 제구가 최근 나아졌더라. 15일 1군으로 불러올릴 예정"이라고 밝힌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다음 경기 선발로 나설 게리 글로버와 2군에 내려가 있는 고효준을 비롯해 이재영, 신승현, 임정우 등 2군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주도 면밀하게 지켜보았다. 감독이 직접 지켜보고 있으니 그들도 열심히 던질 수 밖에 없었다.
"SK는 풀어져서는 안 되는 팀이다. 우리는 다른 팀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 실제로 이호준도 13일 경기에서 볼 잘 골라내고 노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어이없는 공을 치길래 엔트리 변동 없이 2군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뒤이어 김 감독은 박정권을 1군으로 복귀시키고 베테랑 박재홍을 2군으로 내려보낸 연유를 밝혔다. 지난 13일 1군으로 돌아온 박정권은 2군 4경기서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높지만 5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였던 것이 아쉬운 모양이던 김 감독은 더욱 뼈가 있는 이야기를 던졌다.
"박정권은 2군 성적이 좋아서 올려보낸 게 아니다. 얼마 전 박재홍이 동료들에게 '내가 땜질 선수냐'라는 이야기를 했다더라. 그래서 박재홍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SK는 풀어지면 안 되는 팀이다".
박재홍은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후 '리틀 쿠바'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공수주를 모두 갖춘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던 선수. 그러나 베테랑의 명성이 아닌 현재의 경기력으로 경쟁해야 팀이 원하는 대로 돌아간다는 김 감독의 지론이 엿보인 한 마디다.
"SK는 절대 풀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정신력의 차별화를 강조한 김 감독. 에이스 김광현도,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도 각각 투구 밸런스 붕괴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가운데 김 감독은 남은 이들의 더 나은 정신력 강화를 바랐다. 고난을 이겨내면 그 어느 것보다 달콤한 승리의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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