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문화 충돌'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들의 차이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29)는 잠실 롯데전에서 팀이 6-4로 앞선 가운데 5회초 2사 1루에서 이대호에게 좌측 펜스를 맞히는 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주키치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박종훈(52) LG 감독은 주키치를 내리고 루키 임찬규(19)를 투입하는 승부를 던졌다.
이유가 있었다. 주키치는 5회 이대호에 앞서 손아섭에게 배트 중앙에 정확히 맞은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이대호에게 단타를 내줬는데 사실상 홈런이나 마찬가지인 큰 타구였다. 이때문에 주키치의 제구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코치진은 주키치가 승을 챙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과감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주키치는 덕아웃 쪽에서 교체 사인이 나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거친 말을 내뱉으며 교체를 위해 올라온 최계훈 투수코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아쉬움이 컸겠지만 주키치의 항의성 발언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고, 결코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키치의 이날 행동에 대해 박종훈 감독은 14일 "외국인 투수들이 우리나라의 피칭 스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승패의 압박이 덜한 마이너리그에서 온 선수들의 경우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승리 달성을 포기할 수도 있는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의 문화 충돌의 다른 예는 KIA 타이거즈의 트레비스 브렉클리(29)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트레비스는 지난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회 양의지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후 양의지가 그라운드를 도는 과정에서 트레비스는 양의지를 계속 주시하며 "왜 빨리 뛰지 않느냐"라는 말로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트레비스는 이어 심판진에도 "일부러 느릿느릿 이동한 것이 아니냐"라는 항의를 하다가 두산 코치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홈런 세리머니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관례인 미국 야구와 비교적 세리머니가 많은 한국 야구의 특성 사이에서 외국인 선수와 우리나라 선수들 간의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단기간에 한국의 야구문화에 맞춰 변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한국 무대를 밟고 있는 만큼 야구 시스템과 팬 문화 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운동선수들에게 공인의 자세를 요구하는 경향이 큰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격분하거나 욕설을 하는 모습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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