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에서는 그런 정신 자세로는 안된다."
김성근(69) SK 감독이 정상 탈환을 위한 채찍질이 재가동됐다.
14일 문학 넥센전에 앞서 김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전날(13일) 2군으로 내려간 베테랑 타자 박재홍(38)에 대해 "박재홍이 '내가 김강민의 땜빵이냐'는 볼멘소리를 했다"면서 "우리팀에서 그런 정신상태로 야구하면 안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박재홍의 2군행이 징계성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더불어 김 감독은 주장 이호준(35)에게 이날 2군에서 훈련하도록 지시했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넥센전에는 끝내 기용하지 않았다. 이는 전날 열린 넥센전에서 보여준 상황에 맞지 않은 대처 때문이었다. 4-3으로 앞선 7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은 볼카운트 0-3에서 4구째 볼을 건드려 파울이 됐고 결국 풀카운트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실제 박재홍의 2군행과 이호준의 2군 훈련 참여는 징계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김성근 감독이 베테랑을 본보기로 삼아 팀분위기를 다시 정비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굳이 취재진에게 이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매년 코칭스태프를 갑작스럽게 교체하는가 하면 베테랑 혹은 주축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 팀 전체 분위기를 다잡아왔다. 특히 자신의 뜻을 잘알고 있는 베테랑들에게 징계를 내려 전체 선수단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캠프 도중 이호준, 최동수, 정근우에게 한동안 훈련금지령을 내렸나 하면 시즌 전 이만수 수석코치를 2군 감독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또 김정준 코치를 경험이 없었던 1루 주루 코치로 한동안 내보내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이번 조치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시 선두로 복귀할 수 있는 흐름이라고 판단, 선수들에게 좀더 집중하라는 언질을 준 것이다.
김 감독은 최근 "이 시기, 이 고비는 고참들이 풀어야 한다"면서 "베테랑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장 이호준의 요청에 김원형도 함께 선수단과 움직이고 있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은 후 "이제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SK는 최근 이호준을 비롯해 최동수, 박진만, 권용관, 안치용 등 베테랑들을 주축 멤버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3위 SK는 이날 경기 전까지 2위 KIA를 2.5경기차로 추격 중이었다. 1위 삼성과는 4.5경기차. 일단 KIA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심 선두 탈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는 이날 승리로 2위 KIA와 1.5경기로 줄인 상태다.

더구나 16일부터는 삼성과의 피할 수 없는 3연전을 앞두고 있다.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홈으로 삼성을 불러들이는 만큼 최대 1.5경기차까지 간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 1위 재등극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영욱, 엄정욱, 고든, 글로버로 구성된 선발진이 의외로 호투를 펼치고 베테랑 중심의 타선 역시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다. 박재상, 정상호 등 부상자가 돌아오면서 조금씩 전체 분위기가 밝아지던 SK였다. 과연 이번 조치가 1위 탈환으로까지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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