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슬럼프 떠올리면 힘들다가도 정신이 번쩍"[인터뷰]
OSEN 이정아 기자
발행 2011.08.15 10: 24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시티헌터’의 히로인 박민영은 드라마를 끝냈지만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바쁘다. 화보 촬영을 막 마치고 돌아온 박민영은 아직 나나를 보내지 못했다며 활짝 웃었다.
애써 나나를 보내려고도 하지 않고 애써 그녀를 잊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그녀를 보내려고 한다.
드라마를 끝내고 조금이라도 쉬었냐고 하자 쉴 겸, 화보 촬영겸 하와이를 다녀왔는데 구경을 하지 못하고 내내 호텔에서 잠만 잤단다. 벌써 차기작으로 ‘영광의 재인’이 결정된 탓이다. 태우지 말라는 주문에 ‘영광의 재인’ 대본과 함께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민영은 이렇게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다음 작품을 시작하기 전까지 휴가가 있긴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계속 스케줄이 있다. 그런데 이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2주간 휴가가 있긴 하다. 휴가 때 무엇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아마도 다음 작품 콘셉트를 정하고 준비하면서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박민영처럼 이렇게 부지런히 작품을 하는 여배우도 드물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이번에는 진짜 쉬어야지 했는데 ‘영광의 재인’ 시놉시스를 읽고 대본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또 이렇게 하게 됐다. 원래 시놉시스보다 대본이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안하면 후회하겠다 싶었다. 또 작가님이나 감독님을 만나보니까 나의 연기톤, 목소리톤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계시더라. 그만큼 믿고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무엇이 자신을 이토록 찾도록 만드는 것인지 스스로 평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감사한 일이다. 성격이 단순해서 내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은 정말 열심히 하고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하고 그런다. 연기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면 몰입하는데 그런 면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 게 화면에 담겨져 그렇게 예쁘게 봐주지 않나 싶다. 물론 운도 따라준 것 같다.”
 
‘시티헌터’는 시청자들의 기억에도 많이 남는 명장면을 많이 남겼다. 이민호와 선보였던 러브신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러브신은 버스 안에서 윤성(이민호)에 기댄 장면이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너무 하고 싶었던 것이라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 풋풋함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 참 예뻤다.”
극중 나나는 경호원이라는 일을 버리고 윤성이라는 사랑을 선택했다. 실제로 만약 그런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과연 박민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것이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 미친 듯이 사랑한다 이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단계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선택이 좀 달라질 것 같다. 그런데 아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연기한 이민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워낙 이 작품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라 편한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서로의 호흡을 중시하고 현장에서 맞춰지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점 등이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다. 이민호 씨는 성격적으로 워낙에 분명한 사람이다. 진중하다가도 연기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다. 그런 면이 내가 알고 있던 이민호 씨와 다른 점이었다. 사실 이번 작품을 하기 전에는 이민호 씨가 나이도 아직 어리고 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이 이상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음에도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작품에는 함께 연기한 동료, 동생 등 유난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민영은 ‘박민영의 재발견이다’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정도나 주겠냐고 하자 박민영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슬럼프를 한번 겪어서 그런지 호평을 해준다고 쉽게 들뜨는 것은 아니다. 호평을 해주신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또 내가 슬럼프를 겪고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감사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내 길을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칭찬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감사하지만 연기를 잘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개를 못 든 연기자가 얼마나 많고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도 알고 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슬럼프가 지금의 박민영이 있기까지 돈 주고도 못 살 큰 재산이 됐다.
“연기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재미있게 했을 때도 있었는데 ‘자명고’라는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배워가고 얼핏 알아가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무렵 일이 끝났다. 하고 싶은 일을 기다리다가 1~2년이 흘렀다. 그 때 일에 대한 간절함이 무척 컸다. 지금도 힘들거나 지칠 때면 그 시기의 간절함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게 만든다. 아무리 잠을 못자고 피곤해도 그 시절만 생각하면 눈이 확 떠진다. ‘그때는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하자고 오는데 뭐가 그렇게 힘든 거지?’ 그런 생각을 한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민영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박민영은 어머니와 관련된 순간을 떠올렸다.
“엄마께 목돈을 가져다 드렸을 때다. 돈이 한 번에 들어올 때가 있지 않나. 그 돈을 가져다 드릴 때 엄마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의 그 표정이란...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하다.”
곧 ‘영광의 재인’의 사랑스러운 그녀, 재인으로 돌아오는 박민영은 늘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다. 그런 그녀가 다음에 보여줄 세계는 또 어떤 빛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렇게 작품을 할 수 있는 원천은 바로 응원해주는 분들이다. 항상 무척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는 길 밖에 없으니까 좋은 배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happ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