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시즌 초 상승세를 탔던 분위기를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지난 주말 잠실 롯데와 마지막 경기에 앞서 "아직까지 투타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조만간 시즌 초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을 하는 동안 박종훈 감독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보였다. LG는 전날(13일) 롯데에 승리를 거뒀지만 최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LG는 지금 올 시즌 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다. 시즌 초 LG는 승승장구를 달렸다. 지난 6월 11일 군산 KIA전에서 승리를 거둔 LG는 34승24패를 기록하며 승패 차이를 '+10'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두 달여가 지난 16일 현재 46승49패로 '-3'이 됐다. 불과 2달 사이에 '-13'이다. 이 때문에 현재 4위 롯데(48승3무46패)에 두 경기 반 차로 뒤지며 5위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침체된 타선이다. LG는 2위를 달리는 동안 팀 타격 전부문에서 1위를 달렸다. 간판 타자인 이병규, 박용택, 조인성을 비롯해 정성훈도 맹활약했다. KBO 4월, 5월 MVP가 박용택과 이병규였다.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하자 하위타선도 덩달아 폭발했다.
그러나 6월부터 문제가 생겼다. 4월부터 팀 내에서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 6월들어서는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손목부상, 이진영의 어깨 부상, 이대형의 발목부상, 이택근의 허리부상, 박경수의 손목부상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 차례씩 1군 엔트리 말소를 경험했다.
주전 야수 절반 가까이가 라인업에서 빠져나가자 타선은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LG는 경기 초반 득점에 성공하곤 했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역전패가 잦아졌다. 주전이 빠지면서 득점 찬스를 만드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부상선수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6월부터 찾아온 무더위와 장마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더욱더 어렵게 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백업 선수들이 부족하자 체력 관리에 애를 먹었다. 장맛비에 경기 감각도 떨어졌다.
부상, 무더위, 장맛비에서 시작된 LG 타선 침체는 후반기를 들어서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는 7회에만 12점을 폭발시키며 타선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 1승2패, 특히 2패를 당한 경기에서는 모두 2점씩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박종훈 감독도 위에서 보여줬던 문제점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감독도 "아직 4강 경쟁을 하는데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어떤 모습을 갖추느냐다"라고 말한 뒤 "싸워서 경쟁을 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지금의 과제"라고 밝혔다.
LG는 당장 오늘부터 잠실에서 두산과 주중 3연전을 치른 뒤 주말 대구로 내려가 1위 삼성과 3연전을 벌여야 한다. LG에게 매우 중요한 6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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