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흥미롭다.'
계약 관계로 맺어져 한 배를 탄 구단과 그 구단 감독이 팽팽한 힘의 구도를 그리고 있다. 그것도 페넌트레이스가 한창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SK 와이번스 구단과 김성근(69) 감독이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이 끝나는 사령탑과 구단간의 재계약 여부는 항상 초미의 관심사. 이를 두고 잡음을 내는 경우가 더러있기는 하지만 고용하는 구단이 항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4년 동안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안긴 감독이다. 대외적인 성적면에서는 흠 잡을 곳이 없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입지가 탄탄하다.
때문에 SK와 김 감독이 사실상의 '파워게임'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이 5년 임기의 선동렬 감독 대신 류중일 감독을 택하는 과정과 비교될 수 있을 정도다. 김 감독은 최근 몇차례 인터뷰를 통해 구단이 재계약을 미루고 있어 섭섭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SK 구단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건지 아닌지"
김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비공식에 머물던 여러 일화와 말들을 공식화 했다. 신영철 SK 구단 사장과 재계약을 위해 3차례 만났으며 김 감독이 재계약을 위해서는 후배 야구인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또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존경받는 감독이 되어라', '깨끗한 야구를 하라'는 말을 참 자주 들었으며 구단 내부에서는 '우승해도 즐겁지 않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그동안 비공식적이지만 SK 구단이 재계약에 대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여러 차례 궁금해 했다. 더불어 외부에서 들려오는 재계약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구단 측에서는 만족할만한 해명이 없었다는 점도 섭섭하게 작용했다.
이에 김 감독은 급기야 '구단이 나를 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폭탄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구단이 재계약하자고 해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왜 믿지 못하나"
김 감독의 최근 인터뷰에 대해 SK 구단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한 구단관계자는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맞지 않다"면서 "반박은 외부인 혹은 언론, 다른 구단에 대해 하는 것이 맞는데 김성근 감독은 내부 사람이다. 내부 사람에 대해 반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SK 구단은 실제로 김 감독과의 재계약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소문이 나돌 때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소문은 부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 구단 고위관계자는 올 시즌이 시작된 후 김 감독과의 재계약에 소문이 도는데 대해 "왜 자꾸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재계약을 안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나"라며 "감독실에서는 왜 자꾸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오히려 재계약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더 우세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나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긍정적으로 흘러가던 재계약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노리지만…
김성근 감독의 최근 재계약 관련 인터뷰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우선 성적. 3위에 올라 있는 SK가 선두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시점이다. SK는 2위 KIA에 1.5, 1위 삼성에 4.5경기차로 추격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와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3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역시 또 다르다.
재계약 여부를 떠나 최근 김 감독의 인터뷰는 구단 이미지를 분명 실추시켰다. 김 감독은 아직 SK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구단 내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단 내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원인을 떠나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감독을 다시 품는다 해도 그동안 알려진 사실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구단과 피고용인의 감독간의 파워게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구단들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SK는 무엇보다 여론에 가장 민감한 그룹이다.
김성근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잡게 해 준 SK 구단. 그리고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리며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김성근 감독. 사실 시즌 중 재계약 문제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 구단과 김 감독 양측의 합의된 사항이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재계약 문턱에서 간극이 생겼다. 다시 의견을 좁혀 재계약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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