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열린 ‘MTV 무비 어워즈’에서는 두 명의 한국계 배우들이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최고의 액션 스타상’을 수상한 월드스타 비(본명 정지훈)와 ‘최고의 황당한 순간상’의 켄 정(한국 이름 정강조)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행오버 1’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켄 정이 후속편 ‘행오버 2’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86년 대구-부산 출신의 부모님과 함께 경상도 지역을 둘러 본 이래 두 번째, 배우로서는 첫 번째 내한이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코믹하고 기이한 이미지가 아닌 친절하면서도 위트 있는 모습이었다.

의사 그만두고 배우로 전업...아내의 지지 덕분
켄 정은 고등학교 조기 졸업 후 아이비리그 명문 듀크대 의대를 나온 내과 의사 출신이란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모범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돌연 코믹 배우로 전업, 2007년 드라마 '사고친 후에 시즌2'로 데뷔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스텝 브라더스', '커플 테라피: 대화가 필요해' 등에 출연하며 코미디 본능을 뽐냈다.
“제 부모님은 굉장히 전통적인 분들이지만 의사란 직업을 포기하고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데뷔작을 통해 연기를 인정받고 풀타임으로 연기 하고자 했을 때 아내가 저를 굉장히 지지해줬습니다. 아버지께 전화해서 의견을 여쭸더니 ‘아내는 뭐라고 하나’를 가장 먼저 물어보셨어요. ‘지지한다’고 했더니 ‘그게 답이다. 항상 가족이 먼저이기 때문에 (아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모님의) 큰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버지께 전화해 비디오 카메라로 주변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굉장히 행복해 하셨어요. 인기나 돈에 연연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해주시곤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에게는 한국인의 정서가 배여 있다. 어릴 적부터 한국 문화와 말을 가르치고 전해줬던 부모님의 영향 덕분이다. 그는 “안녕하세요”, “여보세요” 등과 같은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알고 알아들을 수 있다.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나서 한국어 교실을 만들어 주말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나도 (한국어 교실에) 나갔었기 때문에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압니다. 한국 교회도 다녔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 문화를 알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감성이나 정서는 한국적이라 생각합니다. 내 영화를 갖고 한국에 오게 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 활동 하게 된다면 연기 인생 '하이라이트' 될 것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없을까. 한국 활동에 대해 묻자 켄 정은 연신 미소를 띠며 “I'll love to”를 연발했다.
“정말 좋아요. 내 꿈이에요.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코미디, 드라마 등 장르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내 커리어에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켄 정의 새 영화 ‘행오버 2’는 미국 개봉 당시 같은 주말 개봉한 ‘쿵푸팬더 2’를 누르고 북미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오프닝만으로 8600만 달러(한화 91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 ‘매트릭스: 리로리드’에 이어 R등급 영화 오프닝 기록 중 역대 2위를 기록했다. R등급인 만큼 농도 짙은 씬들이 많고 미국식 개그 코드가 담겨 있어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국가에 따라 코미디의 취향 역시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제껏 봐온 코미디와 상당히 다르겠지만 ‘행오버’ 시리즈가 한국 코미디 계에도 새 바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행오버식 코미디도 재밌다고 (인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그는 NBC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시트콤 ‘커뮤니티 시즌3’에서 괴짜 스페인어 강사 세뇨르 챙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3주 전 촬영에 들어가 시즌 3 마감까지는 약 7개월 남아 있다. 국내 일정을 마친 후에는 바로 촬영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행오버’ 시리즈를 통해 성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굉장히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행오버'는 ‘숙취’라는 제목처럼 필름 끊긴 지난 밤 생긴 일 때문에 겪는 술 먹은 다음날의 고통을 다룬 코미디물. 총각파티 후 신랑이 사라졌던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방콕에서 다시 한 번 '행오버'를 겪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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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