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 윤동균, "감독관 필요한 건 비오는 날 뿐"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8.16 18: 53

"이제는 묻지 말아달라."
윤동균(61)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이 연일 찌푸린 날씨에 곤혹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16일 비가 내리는 문학구장에서 만난 윤 위원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언제 취소시킬지 묻지말아 달라"고 말한 뒤 "비 예보가 있지만 경기 시작 전까지 최대한 기다려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이날 SK와 삼성전의 경기 감독관. 그 임무 중 하나가 이상 없이 경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말부터 잦아진 비 때문에 우천취소 경기가 대폭 늘어났다.
단순히 취소 경기가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구단간의 잔여경기 격차까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현재 KIA가 가장 많은 105경기를 치렀지만 두산과 넥센은 14경기가 적은 91경기를 소화하는데 불과했다.
결국 KBO뿐 아니라 8개 구단이 모두 우천취소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 경기의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 최일선에 나와 있는 윤 위원으로서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에 윤 위원은 "감독관이 필요한 것은 비오는 날 뿐"이라면서 "비만 오면 선수단 매니저부터 다들 찾고 난리다. 감독관은 비오는 날만 폼 잡을 수 있다"고 뼈있는 농담을 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제 비가 와도 경기 시작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 윤 위원이지만 상대적으로 배수가 원활한 인조잔디 구장과 천연잔디 구장은 차별을 둔다고 설명했다. 대전구장처럼 인조잔디 구장은 물을 빼는 데 비교적 원활하다. 따라서 경기개시 시각을 조금 늦추는 한이 있어도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는 비가 그치길 기다려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구장처럼 천연구장일 경우는 땅이 질퍽거리는 만큼 경기가 바로 시작되기 힘들다. 결국 경기 개시 시각을 넘기는 것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결국 오후 6시 30분 시작할 예정이던 이날 경기는 집중된 폭우 때문에 오후 5시 45분이 넘어 취소가 결정됐다. 매분마다 기상청 사이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윤 위원은 경기 취소를 결정하고 나서도 못미더운 듯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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