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지난 해 가장 긴 이닝을 던졌던 투수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올 시즌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193⅔이닝을 던지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던 SK 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3)은 올 시즌 초 부진을 겪다가 결국 일본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와 현재도 재활군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광현은 '뇌경색' 진단으로 한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현재는 정상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광현은 2007년 데뷔 이후 첫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해 162이닝, 138⅓이닝, 그리고 지난해 193⅔이닝을 소화하는 등 풀타임으로 활약해 왔다.

'괴물 투수' 좌완 류현진(24, 한화 이글스)는 지난 해 두 번째로 많은 192⅔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은 16승으로 다승 2위에 오르며 최하위였던 팀을 거의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류현진은 특히 데뷔 첫 해인 2006년 201⅔이닝을 던진 데 이어 2008년에는 211이닝을 소화하는 등 매년 190이닝 정도씩을 던지며 강철 어깨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올 시즌 4월 1승4패의 성적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전반기 막판 등 근육통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돌아와 불펜으로 활약했으나 결국 다시 등 부상이 도져 아예 1군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난 해 178⅓이닝을 소화, '이닝 이터' 3위에 오른 좌완 봉중근(31, LG 트윈스)은 올 시즌 5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후 7월 21일 미국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상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LG에서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던 봉중근은 내년 5월쯤에야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우완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29,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해 한국무대 첫 시즌에서 169⅔이닝을 던진 데 이어 올해도 96⅓이닝 17경기를 소화하며 8승 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사도스키도 올 시즌 초 왼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4월 한 달 간 결장해 롯데 코치진과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지난 해 16승으로 류현진과 함께 다승 부문 2위를 차지한 '파이어볼러' 양현종(23, KIA 타이거즈)은 소화 이닝도 169⅓이닝으로 5위를 차지했다. 양현종은 올해 들어 투구 밸런스 난조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19경기에서 7승8패 5.30의 평균자책점을 거뒀다. 올해 등판 수는 지난해 등판 수(30경기)의 3분의 2에 해당하지만 소화이닝은 88⅓이닝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지난 시즌 소화 이닝 부문에서 5위 안에 들며 팀의 불펜 소모, 타선 부담을 덜어준 에이스들은 올 시즌 모두 부상에 신음하고 있거나 신음한 경력을 갖고 있다. 5명 중 상위 3명은 아예 1군을 떠나있는 상태.
물론 프로야구 초기의 투수들은 현재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던졌고 더 많은 보직에서 전천후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점차 타격 기술이 향상되고 매 이닝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투수의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철저한 분업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최다 이닝 소화 투수들의 부담이 컸던 것인지, 우리나라 투수들의 체력이 약해진 것인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부상을 겪고 있는 김광현, 류현진, 봉중근이 모두 팀내 에이스들이라는 점에서 계속해서 이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투구 이닝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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