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스포트라이트'에 선 KIA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17 10: 55

[OSEN=이대호 인턴기자] 언제까지 비가 호랑이를 무서워해 피해 다닐 것인가.
KIA 타이거즈는 16일까지 예정된 115경기 가운데 106경기를 소화하며 단 9경기만 비로 미뤘다. 반면 가장 적은 경기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91경기씩 가지며 무려 24경기나 연기됐다. KIA와 비교해 보면 2.5배나 많은 경기가 연기된 것. KIA가 두 팀보다 15경기씩 더 치렀으니 단순 계산으로 약 3주가량 일찍 개막을 한 셈이다. 
'장마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는 많은 비로 프로야구 진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부활이 논의되고 있지만 KIA에게 있어선 남의 나라 이야기다. 사실 KIA의 경기 페이스는 예년과 비교해 볼 때 정상적인 수준이지만 두 번째로 많은 경기를 가진 삼성 라이온즈보다 9경기나 더 치렀기에 상대적인 피로도는 더욱 높다.

여기에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라인업 짜기도 힘든 상태인 KIA는 한 경기라도 쉬고자 기우제라도 지낼 기세지만 번번이 비구름은 KIA를 외면하고 있다. 16일 역시 중부지방을 덮친 비구름에 잠실, 문학, 목동 3경기 모두 연기되며 광주에서 KIA와 롯데의 단독 경기가 열렸다. 하루라도 더 시간을 벌고 싶은 KIA는 결코 달갑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기에서 패하며 선두 삼성과는 3.5경기로 벌어졌고 3위 SK에겐 1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비는 KIA를 피해 다니고 있다. 집중호우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7월부터 현재까지 4개 구장 가운데 한 군데서만 경기가 벌어진 날은 총 5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기에는 KIA가 있었다. KIA는 단독으로 치러진 5경기에서 2승3패로 승률 4할을 기록하며 16일 현재 시즌 승률인 5할6푼6리(60승46패)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7월 이후 4개 구장 가운데 두 군데서 경기가 열린 6경기 역시 KIA는 피해가지 못했다. 그리고 KIA는 그 6경기에서 2승4패로 부진했다. 결국 타구장이 취소되며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KIA는 4승7패로 부진한 것. 이쯤 되면 KIA 입장에선 낮은 승률보다 계속 비를 피해 다니는 일정이 원망스러울 터.
KIA는 7월 12일 단 한 경기만 비로 인해 연기됐을 뿐 7월 이후 휴식 없이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가와도 광주만 태양이 찬란하고, KIA가 원정을 떠나면 광주 하늘은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결국 KIA는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체력적 문제가 누적돼 최근 10경기서 4승6패로 부진하며 선두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16일 김선빈의 복귀를 시작으로 속속 부상병이 라인업에 돌아올 예정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를 치렀기에 9월 이후 잔여경기엔 체력관리를 충분히 하며 막강 원투스리 선발을 낼 수 있다. 자연히 기대 승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바쁜 일정이 KIA에겐 '독'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길흉화복은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다. KIA가 고난의 시기를 넘기고 후반기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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