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얼마전까지 청룡기가 열렸던 목동구장. 16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고교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주말리그제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학생들이 주말에만 야구를 하니 에이스 한 두 명으로도 야구가 된다"며 현 주말리그제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일주일에 한 번 경기를 갖기 때문에 선발 에이스 한 명이 하루 던지고 일주일 쉬었다가 다시 던지는 식의 '몰아주기'가 가능하다는 것. 지금까지도 고교 선수 혹사 논란은 있어 왔지만 주말리그제가 시행되면서 그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김 감독은 "소수의 인원으로 야구를 하다보면 선수 풀이 작아져 프로야구에 오는 선수층도 얇아진다"며 이것이 고교야구 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김시진 감독은 "학생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 힘든 한국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공부와 운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요즘은 프로 입단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이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분위기인데 운동량이 오히려 줄었다. 감독들은 소수의 에이스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유혹에 더 빠지기 쉬워졌고 학생들은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이미 고교야구 주말리그제의 부작용은 전반기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충암고 변진수의 5경기 연속 완투승 때 한 번 논란이 됐다. 그러나 마땅한 논의 없이 유야무야 된 데 이어 8월 초 치러진 청룡기에서도 상원고 김성민이 대회 다섯 경기 중 3승을 혼자 거두며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하면서 현장에서 출장 기회 분배와 선수 혹사에 대한 갑론을박이 잠시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운동부 학생들을 위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스쳐 지나갔다.
16일 김 감독의 말을 듣고 있고 있던 이용철 KBS N sports 해설위원은 "문제는 있다. 하지만 현재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체 고교 야구부 학생 중 10% 정도만이 프로로 오는 현실을 감안해 나머지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방법은 필요한데 딱히 더 좋은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을 터. 자라나서 우리나라 야구를 책임질 학생들을 위해 어른들이 나서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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