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사태' 드라마 시스템 개혁 이어질까?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08.17 08: 33

‘한예슬 사태’가 어떻게 매듭될지를 두고 방송가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시스템이 ‘한예슬 사태’를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전에 드라마를 완성시킨 후 방송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광고, 편성, 시청률 등의 이유로 제작과 방송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다시피 해왔다.
운이 좋은 경우 4회 분량정도를 미리 촬영한 후 방송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나마도 대본이 바로 나오지 않아 결국 ‘생방송 체제’, 방송 몇 시간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기 일쑤다.

최근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과거에 비해 야외촬영과 신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김영애는 ‘로열패밀리’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감독들이 좋은 화면을 위해 야외촬영을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 시간에 더 쫓기는 것 같다”고 드라마 환경이 힘들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공효진은 “‘최고의 사랑’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며 “재미를 위해 컷들을 많이 나눠서 가고, 신들이 많았다”며 드라마 ‘파스타’보다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혔다.
점점 심화되는 생방송 체제가 결국 ‘한예슬 사태’를 불러오는데 한 몫을 했고,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2,3의 한예슬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한예슬은 현장에서 주 5일 체제를 요구했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촬영 현장에 불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순재는 “배우들의 행위는 단순히 연출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약속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배우가 현장을 떠나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왜 생겼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열악한 제작환경이 이런 사태 만들었다.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젊은 주인공들이 초인간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제작사들이 6개월이나 1년전에 대본을 받아 이런 환경을 바꿔야 배우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제작환경 개선해야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16일 ‘한예슬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라마의 콘텐츠, 제작 여건, 제작 풍토를 끌어올리는데 KBS가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예슬 사태’가 고질적인 한국 드라마 제작 풍토에 조금이나마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bonbo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