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의 1인 시위는 왜 실패로 끝났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8.17 08: 51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예슬이 돌아온다.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여주인공을 맡았다가 무단으로 촬영장을 이탈해 미국으로 떠난 지 불과 이틀만이다.
그 이틀새 참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한예슬은 사업가와의 열애설부터 은퇴설까지 숱한 설 설 설에 휘말리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한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맡은 톱스타가 무책임하게 촬영을 펑크내서 방송을 결방시켰다는 무수한 비난과 질책들이 한예슬을 향했다.
이에 대해 사건 당사자들 가운데 제작사 이김프로덕션은 "해줄 것 다해줬다. 소송으로 말하겠다"는 취지의 공식 발표를 했고  KBS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한예슬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LA 공항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 몇 마디 운을 뗀 것 외에는 이렇다할 경위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예슬의 짧은 항변에는 뼈가 있었다. "후배들은 좋은 환경에서 드라마 찍기를 바란다"는 것.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TV 드라마 촬영 환경이 어떤 지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 말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쪽 대본과 밤샘촬영, 출연료 미지급 등 한국 드라마 제작시장의 열악함은 수준 이하다. 얼마전 한류 취재를 나온 일본 유수의 출판사 강담사 소속 한 편집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올 하반기에 방영될 주요 드라마들에 물었을 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없다"고 답했다.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의 그에게 "한국에서는 마지막 회 찰영을 방영 당일에 초읽기로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하자 혀를 내둘렀다. 일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예슬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문제들은 또다시 외부에 노출됐지만 시청자 반응은 엉뚱하게 흐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한예슬이 무단 이탈과 촬영 거부 등의 주연배우로서 본분에 맞지않는 행동으로 스트라이크를 벌인 까닭이다. 또 그중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와 월등하게 좋은 대우를 받았을 톱스타 한예슬이 지각, 거부, 이탈 등의 단어로 포장된 불협화음들을 냈다는 관계자들의 수군거림이 나오는 현실도 본질을 흐리고 있다.
결국 제작사는 당당하게 6일 오후 "2011년 8월 15일 방송예정이던 KBS 2TV 월화 드라마 '스파이명월' 11회는 '스파이명월 스페셜'로 대체 방영됐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동 드라마의 주연배우 한예슬이 촬영을 거부, 제작일정에 차질을 빚게 한데서 모두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본 드라마가 제작되는 동안 제작사는 촬영현장에서 주연배우 한예슬이 본인위주로 대본 수정을 요청하고 스케줄 변경을 요구하거나 촬영장에 지각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한예슬의 입장을 배려해 다독이며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현장 촬영이 원만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 한예슬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임에도 촬영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잠적함으로써 정상적인 드라마 촬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수 많은 연기자와 스탭들은 촬영 준비를 마치고 폭염 속에서 장시간 대기하며 한예슬이 현장에 복귀해 촬영을 잘 마칠 수 있길 기대했으나, 한예슬이 해외로 출국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두들 허탈해하고 있다"며 "결국 주연배우 한 사람의 경솔한 판단으로 무단 현장이탈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예정된 일정에 드라마가 방송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비롯된 마찰들이나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 촬영, 그리고 긴 스탠바이에 지친 힘없고 가난한 스탭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한예슬부터가 자신을 둘러싼 제작 환경만 둘러봤을 뿐, 타인을 향한 배려나 모두를 위해 먼저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없었기에 이렇게 모든 일이 왜곡되지 않았을까.
하여튼 힘 없는 사람만 늘 두들겨 맞는게 우리 세상이다. 이번에 '스파이명월' 방영과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스탭들과 단역 배우들만 또 죽어나게 생겼다. 안타까운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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