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구단과 김성근(69) 감독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 삼성전에 앞서 "올시즌까지만 하고 SK를 그만두고 떠나겠다"고 밝혔다. SK와 올 시즌이 끝난 후에도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지난 2007시즌부터 시작된 김 감독과 SK의 계약관계는 올 시즌을 끝으로 5년간의 기나긴 여행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 김 감독의 발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전 협의 없이 민경삼 SK 단장에게 통보한 것이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김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굳이 시즌 후가 아닌 시즌 중 SK 구단과의 이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팬들에 대한 예우"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때문에 'SK 구단과 김 감독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007년 창단 첫 우승을 거두며 함께 가슴과 손을 맞잡았던 구단과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5년 연속 한국시리즈와 4번째 우승을 노리는 둘은 이제 이혼을 앞두고 부부처럼 무덤덤하게 구색만 갖추는 모양새가 됐다. 최대 아시아시리즈까지 간다면 3개월 이상을 함께 해야 한다.
결국은 재계약 갈등이 김 감독의 깜짝 선언을 부른 계기였다. 서로 얼굴을 붉힌 양쪽이다.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김 감독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구단과 분명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입장에서는 "아직은 내 식구"라는 생각이지만 역시 불편하다.
또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만수 2군 감독과의 만남도 어색할 수 있다. 당장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만나겠지만 올 시즌 후에는 동등한 감독 대 감독으로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 이 감독이 직접 2군 현황을 보고 하는 만큼 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될 수 있다.

팀 성적이 우선인 구단 입장에서는 더 조마조마해졌다. 김 감독의 충격 발언이 선수단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만큼 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태도가 무의식적으로 변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3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좀더 힘을 내주길 바라고 있다. 17일 현재 2위 KIA와 1경기차로 따라붙은 상태고 1위 삼성과도 5.5경기차로 가시권이다. 팀 성적이 급전직하로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잘못됐을 경우 김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 당장 이날 경기에서 SK가 0-9로 대패하면서 이런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구단이다.
코칭스태프들도 집중력과 의욕을 잃을 수 있다. 이는 곧 선수들의 경기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구단 측이 촉각을 곧두세울 수 있다. 과연 둘의 불편한 동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궁금하다.
적어도 김성근 감독을 따르는 SK 팬들에게는 남은 기간이 순간순간 애틋하고 행복한 동거가 될 수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