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한예슬 파문' 첫 반응, 묘한 뉘앙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08.18 08: 12

KBS '스파이명월'에서 한예슬의 상대역을 맡고 있는 에릭이 지난 17일 밤 "다시 열심히 끝까지 잘 마무리 하자 모두 화이팅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다시 아무렇지 않은척 촬영을 이어가는 모두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 하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는 '한예슬 잠적 파문'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어느 쪽이든 백프로의 선과 백프로의 악은 없다고 본다"면서 자신의 입장에서 본 '사실'들을 두루 밝혔다. 그에 따르면 쪽대본은 없었고, PD는 욕설을 하지 않았고, 그러나 한예슬이 고생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작가와 제작진이 받은 '오해'를 해명하는데 힘을 쏟았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방송 현장 개선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 한예슬이 '내 일로 인해 후배 연기자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의식한 듯 "제작 환경 개선이 '누구를 위해서인가?'가 먼저 설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자기 일에 대한 보수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내'가 편하고자 함인가. 함께 고생하고 적은 월급으로 배우들보다 많은 시간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해서인가. 미래에 '후배'들이 편하게 일하게 해주기 위함인가"라며 "사실 매일 살부딪히는 동생들 같은 때론 형님들같은 스태프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내 미래의 '후배'보단 더 소중하다"고 한예슬의 잠적에 대해 에둘러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은 전문.
 
극적인 화해라...명월씨(한예슬)가 출국하고나서 그래도 방송은 나가야 하고 시청자와의 약속과 금전적인 계약서의 약속도 현실적으로 있기에 다시 열심히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 모두 화이팅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다시 아무렇지 않은척 촬영을 이어가는 모두의 마음은 편치 않을듯 싶습니다.
 
여태 어느 신문사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는 밝힌 적이 없지만, 제 견해에 대한 기사도 꽤 나갔더군요. 사실 이런 큰사건들에 관해서는 견해보단 사실들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게 생각하시면 되고, 어느 쪽이든 백프로의 선과 백프로의 악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장 오해받는 사실들에 대한 제가 본 입장들은. 쪽대본? 없습니다. 작가님 바뀌면서 미리 찍어둔 싱가폴씬의 연결 개연성 문제로 한두차례 수정씬 대본 나온 적은 있어도 매주 책 대본으로 받아보고, 팀카페에선 더 일찍도 볼라면 볼 수 있습니다.
 
감독님 욕설로 인한 불화설? '감독님 항상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해도 매순간 존대하십니다.
 
밤샘 촬영으로인한 명월씨의 노고. 사실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힘들어 링겔 맞고 있어 촬영장 좀 늦는다고 포토메일 보낸 적도 있습니다.
 
스태프 성명서?사실입니다. 전 스태프와 촬영장에서 어제 그제 촬영한 배우들은 사실 인정하고 서명한 걸로 압니다. 아무래도 전국민이보는 신문이니 실명을 적은 성명서는 공개하지 않은 듯합니다. 끝까지 서로 덮어주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공개된 마당에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고 잘잘못 따질 필요도 없지만, 오해로 인한 누명은 있어선 안돼고, 그 부분은 스태프들과 작가님(에 대한) 오해입니다. 현장에서 매일 지켜본사람중 하나로서 증명될 수 있었음 합니다. 
 
제작 여건에 관한 아쉬움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제 견해를 한번 말씀드리자면, '제작환경개선이 누구를 위해서인가?'가 먼저 설정되어야 할 것 입니다.
 
이미 자기일에대한 보수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내'가 편하고자 함인가. 함께 고생하고 적은 월급으로 배우들보다 많은시간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해서인가. 미래에 '후배'들이 편하게 일하게 해주기 위함인가. 이 세가지가 될수있겠네요.
 
많은 분들이 사전제작을 얘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작비나 편성문제로 인해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사전제작되어도 편성되지 못해 손해보는 드라마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미래의 후배들이 좋은 여건 속에서 촬영했으면 하는 마음은있지만, 사실 매일 살부딪히는 동생들같은 때론 형님들같은 스태프들이 누군지 모르는 제 미래의 '후배'보단 제 견해로선 더 소중합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고위층 방송관계자가 되던, 제작사를 차려 손해 볼 각오하고 제작하지않는 이상, 또는 그런 천사같은 분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고쳐지기 힘든 부분임을 알기에, 힘없는 배우로선 그저 현장에서의 위로와, 때론 팀 단체복같은 선물, 혹은 회식 대접 등등 더 많은 돈을 받고 같이 고생해서 일하는 입장에선 그런 성의를 보이는 것 외에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많은 작품들을 경험해봤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분명 지금이 내 연기 인생에서 최악의 여건은 아닙니다. 하물며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과 경험이있으신 이순재 선생님의 발언과 현장의 이덕화 선배님의 조언을 듣고 있자면, 더 힘든 것들을 겪으신 지금의 저보다 훨씬 대단하셨던 당대 최고의 연기 선배님들 앞에서, 감히 개혁을 외치기엔 제 자신은 너무 작습니다.
 
윗분들도 좀더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한 인간의 과오를 덮어주는 건 분명 신실한 일이지만, 용기 있게 그 잘못을 지적해 바로 잡아주지 않거나, 그 과오로 인해 아직도 피 흘리고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실수의 '용서'가 아니라 '용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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