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 도움 받은 김선우의 9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19 07: 31

"사실 감기 기운도 있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몸이 사실 그리 좋은 편은…".
 
경기 후 얼음 찜질을 하던 투수는 말 끝을 흐렸다. 그러나 팀 사정 상 선발 로테이션을 갑작스레 이탈할 수도 없는 일. 선발로서 제 몫의 기준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는 동료들의 도움 속 승리를 거뒀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가 28일 만에 거둔 승리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김선우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5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여 7피안타 1사사구 3실점(3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7패, 19일 현재)째를 거뒀다. 지난달 21일 롯데전 이후 28일 만의 승리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50.
 
이전까지 김선우는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운 속 번번이 승리를 거두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본인이 스스로 무너진 경기도 있었으나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8이닝 1실점 비자책투를 선보이고도 9이닝 2실점 완투를 보여주고도 고배를 마시거나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퀄리티스타트 기준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강판한 김선우는 이현승-정재훈의 좋은 계투와 마무리로 나선 노경은의 활약 덕을 보았다. 그리고 김현수의 투런 등 적절한 타선 지원까지 받았다. 오랜만에 동료들이 닦아준 승리의 길을 밟은 김선우였다.
 
경기 후 김선우는 시즌 12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눈앞에서 놓친 데 대해 묻자 아쉬움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다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긴 이닝은 소화하기 힘들었다"라며 토로했다.
 
"한여름에 감기를 걸려버리는 바람에 오늘(18일)은 좀 어려웠다. 연이틀 대기하다가 뒤늦게 나오기도 했고. 그리고 사실은 감기가 아니더라도 몸이…. 아니다.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휴대전화 너머로 콜록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던 김선우는 잠시 말을 멈춘 뒤 괜찮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산술적으로 4강 진입 가능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더스틴 니퍼트와 원투펀치를 이루는 주축 투수로서 최대한 끝까지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다.
 
"오늘은 기분이 좋네. 동료들이 도와 준 덕분에 이겼고. 경기 전에는 (임)재철이 형이 2군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더라". 4월 하순 절친한 선배인 임재철이 발목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갈 당시 가장 안타까워했던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선우였다.
 
"다음 경기도. 그리고 그 다음 경기도 잘 될 것이다. 선수단도 나도 모두.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다시 살아난 팀의 경기력을 확인한 김선우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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