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29)가 18일 경기 후 청문회를 요구하며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를 봉쇄한 팬들을 본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경기 때문에 화가 났다면 차라리 저를 비난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유가 있었다. 주키치는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3⅓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7피안타 5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5패(7승)째를 떠안았다. 지난13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4⅔이닝 4실점(4자책)을 내준데 이어 연속된 부진이었다.

무엇보다 주키치는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매우 강했다. 2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는 없었지만 15⅓이닝 동안 탈삼진을 14개나 솎아내며 3실점(3자책)에 그쳤다. 당연히 LG에서는 주키치의 호투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패하자 자신이 잘못해서 팬들이 분노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주키치 역시 자신의 투구 내용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경기 후 대구 원정을 떠나야 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출입구를 막고 있자 주키치는 어리둥절해 하며 경기장 내에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한 주키치는 박종훈 감독이 팬들 앞에 서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픈 듯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LG트윈스 팬들에게 죄송하다. 최근 내 모습이 좋지 못했다"고 말한 뒤 "만약 오늘(18일) 경기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면 저를 비난하세요"라고 적었다.
주키치는 올 시즌 LG 마운드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한국무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7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58로 호투하고 있다. 비록 승리는 조금 부족하지만 기대 이상의 투구를 보여주며 LG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주키치는 최근 LG팬들이 사비를 털어 구입한 글러브를 선물로 받고 기뻐하기도 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러나 18일 밤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LG팬들과 선수단 사이의 현상에 대해 주키치 역시 답답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