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한 관계자가 18일 밤에 있는 문학구장과 잠실구장에서 팬들의 강경한 행동에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행동은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18일의 밤은 30년 한국야구사에서도 흔치 않은 밤이었다.
먼저 18일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은 경기 후 그라운드는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날 오후 SK가 김성근 전 감독을 경질한 것에 분노한 팬들은 경기 시작 때부터 몇 차례 오물 투척과 경기장 난입이 있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대행이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은 SK가 삼성에 0-2로 무기력하게 패하자 경기 후 팬들은 경기장 내로 난입했다. 순식간에 내야 마운드 위로 모여든 팬들은 불을 피워 유니폼을 태우는 등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연출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 내 있던 야구공 등 물품을 약탈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잠실구장도 상황은 예외가 아니었다.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전에서 3-5로 패하자 성난 LG팬들이 박종훈 감독 및 선수단 청문회를 요구하며 중앙 출입구를 점거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대구 원정을 떠나야 했지만 출입구가 모두 봉쇄되면서 박종훈 감독은 팬들 앞에 나서 공개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김기태 수석코치와 함께 팬들 앞에 서자 일부 팬들은 물병과 오물을 투척하며 거친 욕설을 쏟아 부었다.
그러자 곧바로 곁에 있던 경찰들이 박 감독을 경기장 내로 대피를 시켰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동요가 진정되지 않자 박 감독은 또 다시 팬들 앞에 나와 확성기를 들고 사과를 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박용택도 팬들을 분노를 피할 수 없었다. 밤 11시를 넘어 겨우 버스에 오르려던 박용택은 팬들이 통로를 막아선 뒤 물병과 오물을 던지며 격렬하게 다가서자 어쩔 수 없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박용택도 잠시 후 팬들 앞에 서서 "죄송하다. 팬 여러분의 마음이 얼마나 LG를 좋아하시면 이럴까 생각을 많이 해본다. 정말 죄송하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알 것 같다. 그 만큼 애정이 크다는 반증이다"며 이해를 하면서도 "그러나 더 이상 문제가 커지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만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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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