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vs "떠나라" 엇갈린 LG 팬심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8.19 07: 00

[OSEN=고유라 인턴기자] "박종훈 감독 화이팅!". "꼴보기 싫다!".
애증이 섞여있는 팬들의 마음은 한자리에서도 갈렸다.
18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경기가 두산의 5-3 승리로 끝나며 4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가 4.5로 벌어졌다. 그러자 경기에 수백 명의 LG 팬들이 며칠전 사건에 이어 중앙 출입구를 막고 박종훈(52) LG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결국 팬들의 성화에 박종훈 감독은 10시 30분 쯤 출입구 문 앞으로 나왔고 팬들에게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팬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박종훈 감독님 화이팅"을 외치는 팬들부터 "언제까지 그 말만 할 거냐"는 팬들까지 다양한 발언을 하는 팬들 사이에서 "박종훈 감독 말 좀 듣자"는 항의까지 합쳐져 박 감독의 발언은 몇 번이나 중단됐다.
박 감독의 사과 후 팬들은 절반이 넘게 자리를 빠져 나갔다. 그러나 남은 팬들은 계속해서 주장인 박용택(32)이 나올 것을 요구했고 11시쯤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선수들 중 마지막에 나온 박용택은 나가다 팬들에게 붙들렸다.
박용택이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자 "힘내라!"를 외치는 팬들부터 "뻔한 말은 듣기 싫다"는 팬들의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이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자신의 의견을 고집했다. 박 감독과 달리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은 박용택의 말은 거의 팬들 사이에 오간 이견과 고성 속에 묻히다시피 했다.
팬들의 의견을 선수단에게 전하는 것은 굳이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선수와 감독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모인 팬들만이라도 의견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엇갈리는 의견 속에 팬들은 지속해서 내분을 일으켰고, 이는 이날 팬들의 모습이 집단 행동이라기 보다는 여러 관중이 별 의견 없이 뭉친 군중심리에 불과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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