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만큼 어정쩡한 자리는 없다".
감독대행의 자리는 완전과 불완전의 중간지대에 있다. 전임 감독이 중도에 퇴진하면서 얼떨결에 지휘봉을 넘겨받는다. 역할은 감독이지만 공식감독은 아니다.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그러나 선수, 팬들, 그리고 구단에게도 정식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역량을 시험받고 통과해야 정식 감독으로 인정받는다. 프로야구 출범 30년동안 많은 감독들이 대행으로 인정을 받아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성공과 실패의 감독대행사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은 강병철 전 롯데 감독이다. 그는 83년 7월6일부터 박영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을 맡았고 정식 감독으로 84년 최동원을 앞세워 첫 우승을 이끈다. 이희수 감독도 98년 대행을 수행하고 99년 한화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도 2002년 LG 감독대행으로 5할3푼8리의 승률을 올렸고 200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개가를 올렸다. 천보성 전 LG 감독은 96년 대행의 꼬리표를 떼고 97~98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작고한 김명성 전 롯데 감독도 98년 대행을 수행하고 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우용득 전 롯데감독은 전임 김명성 감독의 갑작스럽게 운명하면서 2001년 7월24일부터 바통을 받았다. 50경기 가운데 27승22패1무의 좋은 성적을 올려 정식감독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그는 60경기만에 중도퇴진했다. 유남호 전 KIA 감독도 비슷했다. 2004년 전임 김성한 감독이 중도에 퇴진하자 지휘봉을 물려받았고 대행으로 26승18패1무(.591)의 뛰어난 성적을 올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당당히 2년 정식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듬해 34승49패1무의 성적을 남기고 7월25일 물러났다.
그러나 많은 감독 대행들이 정식으로 승격되지 못했다. 82년 조창수 해태 감독대행을 비롯해 83년 삼성 이충남, 95년 쌍방울 김우열, 2006년 LG 양승호, 99년 쌍방울 김준환, 2003년 롯데 김용철 등은 재신임을 얻지 못했다. 대체로 실적을 올린 감독을 원한 구단의 방침에 밀려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양승호가 말하는 대행의 추억
양승호 롯데 감독은 2006년 LG 감독대행을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전임 이순철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자 6월6일부터 10월2일까지 80경기를 지휘했다. 한 시즌의 절반 이상을 대행으로 지휘했다. 그러나 시즌을 마치고 감독으로 승격되지 못했고 이름있는 김재박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복귀한다.
그는 대행의 한계를 말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을 마음껏 자유스럽게 풀어준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끌어올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승리하면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감독대행으로 정식 감독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투수를 앞당겨쓰는 등 무리수를 둔다. 그러면 선수들이 '감독이 욕심이 있다'고 느끼면 팀이 이상하게 된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임시직이라는 위치를 선수들도 잘 안다. 그래서 대행이 힘든 것이다".
이어 "나는 당시 LG 감독대행으로 80경기를 했다. 구단은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원했지만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젊은 LG를 만들기 위해 노장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심수창 우규민 등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서용빈 김정민에게 코치를 시켰고 마해영 최상덕을 2군으로 보냈다. 시즌을 마치고 김재박 감독이 부임했다. 나는 코치로 2년 계약이 남았지만 미련없이 옷을 벗었다"고 덧붙였다.
▲이만수 대행에 주어진 숙제
김성근 감독의 사상 초유의 시즌중 자신사퇴 발언과 경질속에서 이만수 2군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그는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끈다. 그러나 예전의 감독대행과는 행보가 달라보인다. 차기 감독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의 존재는 김성근 사퇴파동을 일으킨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때문에 그는 세상에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상황을 떠맡았다. SK 선수단은 스스로 표현했듯이 김성근 파동속에서 팀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김성근 감독을 옹호하는 팬들은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이런 불투명 상황에서 과연 그는 남다른 지도력을 보이면서 성공할 감독대행이 될 것인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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