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선 감독께서 굉장히 예민하셨던 것.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2위와는 5경기 반 차로 여유있는 시점. 그러나 감독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아직도 불안하다"라며 신중을 기했다.

류 감독은 지난 18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감독실서 그리 여유있는 표정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상대팀인 SK가 김성근 감독 퇴진을 결정하고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르기로 했던 점도 크게 작용했던 모양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편할 리는 없다.
"오후 1시 반 쯤인가. 인터넷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중학교-대학교 선배인 이 감독대행과는 가깝게 지냈다. 워낙 만수 선배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술자리를 같이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계실 때도 비시즌에 대구를 찾으시면 뵙고 많이 질문하기도 했다. 이거 축하를 드려야 하는 일인지 원".
현재 삼성은 시즌 전적 60승 2무 37패(18일 현재)로 2위 KIA(60승 48패)와의 격차가 5경기 반 차에 달한다. 특히 KIA는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 이탈로 인해 100%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연승을 달리는 가운데 긴장감이 느슨해질 법도 했으나 류 감독은 이를 가장 경계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예전 선동렬 감독을 모실 때 선 감독도 부임 첫 해(2005년) 7경기 차 1위 상황에서도 연패에 굉장히 예민했던 반응이 생각났다. '왜 그러시지' 싶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감독이라는 직책은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선수들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 불쑥 찾아온다. KIA나 3위 SK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예단할 수 없는 순간이 한꺼번에 올 수 있는 만큼 류 감독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9월에 접어들며 잔여 30경기 정도가 있을 때 1위 욕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8월까지는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나가고 그 때는 4,5선발을 계투로 활용하는 등 투수 운용에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전략이라. 그 이야기도 맞겠다".
풍부한 선발진과 강한 계투진. 게다가 한창 전성기를 맞이한 중심타선과 향후 10년 이상 팀 내야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전도유망한 유격수도 있다. 누가봐도 강팀. 그러나 이 팀을 맡은 지휘자는 신중한 가운데 '9월 총력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초보 감독' 류 감독의 안전 운행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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