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앉는 것이 굉장히 미안하기도 하기도 하고…."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이 김성근 전 SK 감독에 대한 미안함과 빈자리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표현했다.
비로 경기가 취소된 19일 사직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대행은 '다른 감독대행과 달리 상위권인 팀을 맡게 된 것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 "이 팀은 (김성근) 감독님의 비중이 너무 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어렵다"면서 "비록 한 경기였지만 '감독님이 계셨다면 편하게 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대행은 "수석코치 때가 편했다 감독님이 다했기 때문이다"면서 "노하우, 경기운영 등 여러 부분에 걸쳐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또 전날 새벽 2시에 부산에 도착했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왜 잠을 못자면서 많은 고민을 했는지 처음 느꼈다"면서 "(내가 봐도)타순이 맞지 않다. 감독님께서 여러 개의 오더를 주신 심정을 이해하겠더라"고 밝혔다.
전날(18일) 김성근 전 SK 감독의 퇴진에 성난 관중들이 3차례나 난입하는 어수선했던 문학 삼성전(0-2 패배)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험한 분위기에 솔직히 놀랐다"는 그였지만 "감독님 크신 분이라 팬들의 아픔이 컸을 것"이라며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차차 빠른 시일 안에 나아질 것이다. 야구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팬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 대행은 "감독님께 어제부터 계속 전화를 하고 있는데 안받는다"고 답답한 표정을 지은 후 "경기 중 팬들의 난동에 부담을 느낀다. 이 자리(감독직)에 앉는 것이 굉장히 미안하기도 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특히 전날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을 겨냥하듯 '훈련을 그만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선수 몇명이 나와서 훈련을 하려고 하더라. 그런데 코치도 없이 선수들끼리 하는 것은 아니다 싶어서 한 말이다. 와전됐다"면서 "말하기가 무섭다"고 한숨을 짓기도 했다.
"5년 동안 감독님과 해서 선수들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선수를 하나로 추스려야 한다"는 그는 "오늘 경기장을 나오면서 선수들에게 '기본을 중요시 하라, 경기장에서는 집중하라, 팀이라는 생각으로 하나가 되라'는 3가지를 부탁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마지막으로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공감하고 인정한다"면서 "나는 상관없지만 선수들이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독직의 고뇌를 알게 된 이 대행의 SK 행보가 더욱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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