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수반됐어도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KT 롤스터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2승을 쓸어담은 '최종병기' 이영호(19)의 대활약에 힘입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끈질기게 살아남은 KT의 승리로 2010-2011시즌이 막을 내렸다. KT는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우승 기록을 2번째로 늘렸다.
'디펜딩 챔프' KT는 19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10-2011시즌' SK텔레콤과 결승전서 4세트와 7세트서 승리를 연출하며 2승을 쓸어담은 이영호의 대활약에 힘입어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 수성에 성공했다. 지난 2009-2010 시즌 우승에 이은 2연패로 V6를 노리던 SK텔레콤을 밀어내고 당당하게 명문게임단의 반열에 올랐다.


정규시즌 1위로 결승전에 직행했던 SK텔레콤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파죽지세의 기세로 치고 올라온 KT의 벽을 넘지 못하고 V6를 향한 꿈을 접어야 했다.
이날 경기는 한 편의 대역전 드라마였다. 초반 SK텔레콤이 정명훈과 김택용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달아났고, KT가 중반 이후 이영호와 김대엽의 대반격으로 3-3 동점을 이룬 7세트서 최종병기 이영호가 자신을 스나이핑 하기위해 나온 도재욱을 5세트에 이어 다시 한 번 제압하며 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영호는 에이스답게 2승을 쓸어담으며 팀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아울러 기자단 투표에서 총 17표 중의 16표의 압도적 지지로 프로리그 2010-2011시즌 결승전 MVP로 선정됐다.
초반 분위기는 확실하게 SK텔레콤쪽이었다. KT는 초반 SK텔레콤의 기세에 눌려 선취점과 2세트를 내줬고, 고강민이 한 점을 쫓아갔지만 김성대가 어이없는 역전패를 허용하며 1-3 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5세트부터 KT는 추격의 발동을 걸었다. KT의 원투펀치 이영호와 김대엽이 각각 도재욱과 어윤수를 제압하며 다시 한 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영호는 천적 도재욱을 상대로 벙커링을 동반한 강력한 압박 공격을 성공시키며 KT가 추격의 고삐를 다시 쥐었다.

분위기를 다시 타기 시작한 KT는 6세트 김대엽을 내세워 마침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김대엽은 어윤수를 압도하는 강력함을 선보였다. 커세어로 상대 오버로드를 솎아내고 조합된 병력으로 중앙을 장악하는 전략으로 기어코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마지막 7세트서 SK텔레콤 박용운 감독은 다시 한 번 도재욱을 이영호의 상대로 내세웠지만 이영호는 기막힌 벌처 견제와 특유의 단단함으로 도재욱을 무너뜨리며 우승컵을 KT의 품에 안기게 했다. 도재욱은 자신의 장기인 물량전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며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지훈 감독은 "이 자리를 찾아와 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함을 말씀드리고 싶다. 초반 1, 2세트를 내줬지만 우리도 후반의 에이스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고 있었다. 5세트를 승리하고 나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한 시즌 내내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이영호는 "일단 2회 연속 우승도 기쁘고, 2회 연속 MVP도 기쁘다. 무엇보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과정이 생각난다. 다 같이 노력해서 같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승을 차지한 KT는 4,00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차지했고, 준우승에 머무른 SK텔레콤은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 신한은행 프로리그 2010-2011시즌 결승전
▲ SK텔레콤 T1 3-4 KT 롤스터
1세트 정명훈(테란, 1시) 승 <네오벨트웨이> 최용주(저그, 5시)
2세트 김택용(프로토스, 12시) 승 <얼터너티브> 임정현(저그, 6시)
3세트 이승석(저그, 1시) <신피의능선> 고강민(저그, 7시) 승
4세트 정윤종(프로토스, 5시) 승 <라만차> 김성대(저그, 7시)
5세트 도재욱(프로토스, 3시) <포트리스SE> 이영호(테란, 6시) 승
6세트 어윤수(저그, 5시) <신태양의제국> 김대엽(프로토스, 11시) 승
7세트 도재욱(프로토스, 5시) <써킷브레이커> 이영호(테란 11시)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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