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라는 표현은 그렇네요".
전 한화 포수 이도형(36)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최성준 부장판사)는 '프로야구 FA 제도와 관련한 야구규약 161조 및 164조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2월15일에 낸 이도형의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이도형 개인에게만 효력 발휘된다. 그러나 이도형은 "현실적으로 선수로 뛰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도형이 아쉬워하는 건 FA 제도의 족쇄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사실 때문이다.

일단 이도형이 푼 족쇄는 제161조 6항 '1월15일까지 계약하지 못한 FA 선수는 해당년도에 선수활동을 금지한다'는 부분이다. 이로써 더 이상 구단들이 FA 계약 마감시한을 무기로 선수를 압박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올 겨울에 FA가 되는 선수들부터 데드라인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원래부터 FA 계약 마감시한이라는 게 없다.
그러나 FA 보상제도와 관련한 제164조 1항은 풀지 못했다. 전년도 연봉을 바탕으로 한 보상금과 보상선수에 대한 내용으로 법원에서는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하지만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도형의 무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도형은 "승소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법원에서도 불합리한 걸 인정하는데도 판결을 그렇게 내려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FA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준척급 선수들의 제한된 이동에 있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보상제도를 전년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보상선수 1명을 택하거나 최대 보상금 300%를 택하는 것으로 완화했지만 이것만으로 준척급 선수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건 무리다. 이도형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그의 용감한 도전으로 당장 올 겨울부터 많은 FA 선수들이 수혜를 입게 됐다. 이도형은 "모든 선수들이 불합리한 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나 같은 사람들디 하나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나"며 "쉽지 않겠지만 변호사와 상의해서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한 번 해보겠다"고 밝혔다.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들은 물론 사회인 야구선수들도 이도형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은퇴 후 그는 사회인 야구를 위해 야구장을 짓고 운영하는 사업에 한창이다. 그는 "지금 당장 바뀌기는 쉽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고쳐나가야 하지 않겠나. 내 뒤를 이어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 후배들이 나온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바랐다. 이도형의 용감한 도전과 의미있는 희생이 야구판에 던지는 메시지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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