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맹타' 이대수, "커리어 하이, 도전해볼까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20 07: 31

"저 녀석 좀 봐. 볼살이 쏙 빠졌네. 내가 다 안쓰럽다".
 
꼭 1년 전.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은 한여름 고비에서 부쩍 힘이 떨어진 주전 유격수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 팀으로 이적과 함께 '풀타임 유격수'로서 제대로 활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선수였으나 여름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에 감독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8월 한 달간 11경기 3할6푼1리(36타수 13안타) 4타점을 올리며 무서운 타자로 활약 중이다. 주전 유격수로서 수비도 흠 잡을 데가 없다. 또 하나의 '신고선수 성공기'를 쓰고 있는 이대수(30. 한화 이글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대수는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서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팀의 5-3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2007년 무릎 부상 이후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서 위력을 떨치지 못했던 이대수가 한여름에도 자기 페이스를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한화에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
 
1999년 말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쌍방울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선수단 공중분해로 인해 야구를 접을 뻔 했던 이대수는 2000년 쌍방울 선수단을 승계한 SK의 문을 두드려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눈물 젖은 빵을 씹다가 2006년 SK 주전 유격수로 우뚝 섰던 이대수는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한 뒤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해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SK와의 한국시리즈서 잇달아 무릎을 다치며 불운이 찾아왔다. 2008시즌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정면 땅볼 타구 시 대시가 늦었던 이대수는 잠시 김재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그 해 후반기 4할9리 맹타를 보여주며 자리를 되찾았으나 90경기 출장으로 꾸준히 1군을 지키지는 못했다.
 
손시헌의 상무 제대로 2009년 주전 자리를 잃었던 이대수는 그해 11월 한화로 이적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이대수는 125경기 2할3푼2리 7홈런 37타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실책 5개로 8개 구단 유격수 중 최소 실책을 기록했으나 워낙 공수 겸비 유격수가 많아진 현대 야구서 이대수의 타율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한여름 빈타에 허덕이던 이대수를 바라보며 한 감독 또한 "체력이 한여름 뚝 떨어져서 참 안타깝다"라는 말과 함께 혀를 끌끌 찼다.
 
2011시즌 이대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88경기 2할5푼7리 6홈런 37타점(19일 현재)을 기록 중인 이대수는 7월 한 달간 2할5리로 체력 저하 현상을 되풀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8월 다시 상승세를 타며 타율을 부쩍 끌어올리고 있는 이대수다. 생애 첫 올스타전 출장 또한 그에게는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이대수의 풀타임 시즌 최고 타율은 2할6푼2리(2006년)이며 홈런은 지난해 7개. 이미 타점은 커리어하이 기록 타이(2010년)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록이지만 왜소한 체구(175cm 70kg)와 신고선수로 출발이 늦었던 그를 생각하면 분명 개인에게는 뜻 깊은 기록이다. 이대수는 8월 맹타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며 "커리어하이 기록이요? 하하, 도전 한 번 해보려구요"라며 웃었다.
 
10여 년 전 쌍방울의 해체와 함께 일자리를 잃고 '배를 타야 하나'라는 절박한 마음까지 가졌던 '신시도 소년'. 잇단 이적과 부침 속에서도 "언젠가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라며 가슴 속 독을 품었던 선수. '풀타임용은 아니다'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유격수. 이제는 여름에도 잘 치는 타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힘을 내고 있는 주전 유격수. 그가 바로 이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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