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울렁증' 한화, '니퍼트 산성' 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20 07: 33

[OSEN=이대호 인턴기자] "나이트 말야. 우리랑 할 때만 공이 너무 좋던데?"
19일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한화 한대화(51) 감독은 18일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결국 영봉패를 안긴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에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한 감독은 "김혁민도 잘 던졌는데 나이트 볼이 너무 좋아서 졌다"면서 "왜 우리랑 할 때만 공이 그렇게 좋은 거야?"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실제로 나이트는 올 시즌 4승 12패 평균자책점 4.14로 '최다 패전 투수'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한 감독의 말대로 나이트는 한화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한화전 4경기 등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59. 나이트는 시즌 승리의 절반을 한화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한 감독이 탄식을 할 만하다.

사실 한화는 올 시즌 나이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인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노출해 왔다. 19일 경기 전까지 7개 구단 외국인투수들이 올해 한화를 상대로 거둔 성적을 모두 합하면 18승 3패로 승률이 무려 8할5푼7리에 이르고 평균자책점 역시 2.84로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한화에 '퍼펙트게임'의 치욕을 안길 뻔했던 LG 트윈스 벤자민 주키치는 6경기서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9으로 '한화 천적'과 같았고 KIA 타이거즈 아퀼리노 로페즈는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3.41으로 호투했다. 또한 LG 레다메스 리즈 역시 한화전에 4번 나와 2승1패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또한 이미 한국을 떠난 외국인들도 유독 한화를 상대로 성적이 좋았다. 삼성 라이온즈 카도쿠라 켄은 한화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54를 올렸고 롯데 자이언츠 브라이언 코리 역시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38로 호투했다. SK 와이번스 짐 매그레인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77로 한국에서 올린 2승을 모두 한화를 상대로 올렸다.
이처럼 외국인투수 앞에만 서면 작아지던 한화였기에 맞상대를 앞둔 두산 니퍼트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을 터. 이날 경기 전까지 9승5패 평균자책점 2.52를 올리며 한국무대를 평정하고 있던 니퍼트는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까지 이어가던 중이었다. 니퍼트의 한화를 상대로 1경기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화 타자들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단단한 철벽 니퍼트를 조금씩 공략 해나갔다. 3회 득점권타율 3할7푼8리에 빛나는 '리드오프 해결사' 강동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한화는 4회 이대수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두 점을 보탰다. 그리고 5회 장성호의 내야땅볼과 최진행의 좌전 적시타로 니퍼트에게서 다섯 점째를 뽑아내며 결국 5-3 승리를 이끌었다.
모든 외국인투수에게 '공평하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한화. 그렇지만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투수 니퍼트를 상대로 한화는 '외국인투수 울렁증'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데 성공했다. 한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끈질기게)달라붙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선수들을 끈기와 집중력을 칭찬했다.
철옹성과 같았던 '니퍼트 산성' 공략에 성공한 한화. 과연 '외국인투수 울렁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한화 타자들이 다음번 외국인투수 상대 경기에서 이를 증명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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