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몇 경기는 잘할 수 있지만…."
양승호(51) 롯데 감독이 감독대행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19일 사직구장 홈 덕아웃에서 만난 양 감독은 이만수 SK 감독대행이 화제가 되자 "감독대행은 욕심을 버려야 하고 무리수를 두려고 하면 절대 안된다"고 단언했다.

양 감독이 감독대행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경험 때문이다. 지난 2006년 LG시절 전임 이순철 감독이 물러난 6월 6일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80경기를 감독대행으로 소화했다. 승률은 5할에 못미치는 4할3리(31승3무46패)였다.
"감독대행이 되고 나서 몇 경기는 무조건 성적이 좋게 난다"고 말한 양 감독이다. 이에 그는 "분위기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전임 감독보다 나은 조건들을 선수들에게 제시하게 된다. 그러면 자유로운 선수들은 힘을 얻어 잘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그 때부터 욕심이 생긴다. 승부욕 때문에 무리수를 던지게 된다"면서 "그러면 선수들은 '저 사람이 이제 감독 한 번 해보려고 폼을 잡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부터 성적은 좋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감독대행은 반드시 구단의 뜻을 이행해야 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구단에서 리빌딩과 동시에 성적도 요구했다. 그래서 우규민, 심수창 등 젊은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는 대신 베테랑들은 코치를 시키거나 2군으로 내려보냈다"고 털어놓은 뒤 "하지만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당시 사장님께 '둘다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신에게 이야기 하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양 감독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바로 류중일 삼성 감독"이라고 말했다. 전임 선동렬 감독이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끈 후 퇴진했기 때문에 류 감독이 받는 심적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4강이었던 로이스터 감독이 전임 사령탑인 자신과 비교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만수 대행에 대해서도 "더구나 SK는 우승팀 아닌가. 잘해도 못해도 뒤에서 소리가 나올 수 있다"면서 "굉장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감독대행 자리"라고 말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19일 현재 2위가 된 SK다. 이런 대업적을 이룬 전임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의 마찰로 갑작스럽게 퇴진, 팬들과 선수단이 동요하고 있는 만큼 이 감독대행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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