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투에 무너진 박정진, 한화 마운드 자화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21 08: 39

어쩔 수 없는 연투. 그러나 무리였다.
한화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뼈아픈 재역전패를 당했다. 6회까지 5-2로 넉넉하게 리드하고 있었지만, 두산의 반격이 심상치 않았다. 6회말 1사 1·2루 찬스를 만들며 한화 벤치를 압박했다. 시즌 내내 불펜으로 던지다 8월부터 선발로 전환한 마일영이 4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뒤 신주영-윤근영이 차례로 던졌지만 두산의 화력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한화 벤치의 선택은 결국 '필승카드' 박정진(35)이었다.
이날 경기 전날이었던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한 박정진이 연이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박정진은 첫 타자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은 뒤 김현수에게 초구를 강타당해 우중간을 가르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5-5 동점. 박정진은 최준석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투런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시즌 4패(5승)째를 당했다.

박정진은 시즌 중반까지 2~3이닝을 책임지는 롱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데니 바티스타가 들어온 뒤에는 등판 시기가 조금 더 빨라졌다.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지면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한 번 등판하면 2이닝 가까이 기본적으로 던졌다. 한화 팀 사정상 박정진이 긴 이닝을 소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 말고는 확실한 필승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정진은 올해 이틀 연속 등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올해 박정진이 등판한 47경기 중 12경기가 이틀 연속 등판이었다. 그 중에는 3일 연속 등판도 한 차례 있었다. 이 경기에서 박정진은 2패2홀드 평균자책점 9.28로 부진했다. 10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2안타 9볼넷을 허용했다. 반면 나머지 35경기에서는 5승2패5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2.09로 압도적인 위력을 떨쳤다. 하루라도 휴식을 취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투구 편차가 컸다. 길게 던지는 구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도 철인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 벤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정진이 내려간 뒤 4명의 구원투수들은 2⅓이닝을 막는 동안 무려 10실점으로 자멸했다. 마무리 바티스타를 제외하면 박정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없는 실정. 6월부터 마일영이 그 부담을 덜어줬지만, 부상선수가 속출한 선발진 자리를 메우게 되면서 그마저도 없어졌다. 한 번 나오면 길게 던지는 박정진의 특성상 연투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투수 부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의 고민이 과연 언제쯤 해결될까. 한화 코칭스태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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