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범호' 없는 KIA 굴 호령하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8.22 07: 01

[OSEN=고유라 인턴기자] KIA 타이거즈의 '만년 유망주' 내야수 김주형(26)이 팀의 6연패 마감에 쐐기를 박는 대타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김주형은 2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4-1로 앞선 6회 2사 만루 찬스에서 3번타자 김원섭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주형은 바뀐 투수 윤지웅의 4구째 139km짜리 직구를 당겨쳐 좌익수 뒤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비거리 120m)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김주형은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8개 구단 통틀어 첫 대타 만루 홈런, 통산 35번째 대타 만루홈런이기도 하다. 김주형은 이후 7회 공수교대 때 신종길로 교체됐다.

김주형은 동성고 졸업 후 지난 2004년 계약금 3억 원을 받고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KIA의 미래를 책임지는 거포로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데뷔 이후 최다경기 출전은 2008년 62경기였다. 수비가 되지 않았고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에 방망이도 기복을 타기 일쑤였다.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김주형은 결국 2008시즌 후 상무에 쫓기듯 입대했다. 그리고 그는 한뼘 더 성장했다. 김주형은 제대 후 지난해 2군서 3할9리 13홈런 66타점을 기록하는 동시에 3루 수비면에서 전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거 불안한 3루 수비로 인해 좌익수로도 나섰던 이전과 달랐다. 김주형은 시즌 전 전지훈련에서 낮은 공과 변화구 공략에 중점을 두고 연습에 매진하며 올 시즌에 기대를 걸었다.
그 와중 악재가 찾아왔다. KIA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뒤 한화와의 복귀 협상도 무산된 이범호를 영입한 것. 붙박이 3루수인 거포 이범호의 존재는 김주형에게 커다란 벽과 같았다.
그러나 KIA에 김상현, 최희섭, 이범호 등 주포들이 시즌 내내 줄부상을 당하며 김주형은 그들을 대신해 주전으로 출장할 기회를 예상보다 자주 얻었다. 성적이 좋았더라면 '이보다 좋은 잇몸'이 됐겠지만 올 시즌 성적도 20일까지 타율 1할9푼6리 36타점에 그치며 다시 묻히는 듯 했다. 팬들의 원성도 커졌다.
그러던 김주형이 결국 시즌 전 연습했던 낮은 직구를 받아쳐 통산 35번째라는 귀중한 대타 만루포를 터뜨렸다. 특히 팀이 6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터라 달아나는 만루포는 그 의미가 매우 컸다.
김주형은 경기 후 "프로 입단 후 첫 만루홈런이었는데, 만루홈런이라 기쁘고 그 홈런이 팀의 연패를 끊는 결정적인 홈런이어서 더 기쁘다"며 만루포를 터뜨린 것에 대한 기쁨을 나타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낮은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코스에 들어와서 자신있게 스윙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형은 이어 "나는 주전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대체 선수로라도 열심히 하겠다.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무엇보다 의미 깊은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이범호 영입에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던 김주형이 마음가짐을 바꾸고 진정한 팀원이 되었다는 자체는 만루포보다 더욱 값진 의미를 지녔다.
시즌초 백업 전락으로 누구보다 낙심했을 김주형. 그러나 그는 대타 타율 3할7푼5리의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그 자리에서도 자신을 빛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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