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송신영 8회 투입해 2이닝 던지게 한 이유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22 07: 02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1위 삼성 라이온즈에 연승을 이끌어냈다.
박 감독은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삼성전에서 팀이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8회 선발 김성현(22)에 이어 마무리 송신영(34)을 곧바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한 수였다.
다행히 송신영이 2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여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 점을 지켜 팀도 승리를 거뒀다. 본인도 시즌 12세이브를 거뒀다. LG 이적 후 세 번째 세이브였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는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황에 따라서 8회 1사 또는 2사 후에 오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투구수 조절 및 막판에 힘을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올 시즌 세이브 1위(36세이브)를 달리고 있는 오승환의 43차례 등판 가운데 지난 5월 25일 사직 롯데전에 유일하게 2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당시 오승환은 연장 11회 3-3 동점 상황에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정규 이닝에서 2이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박종훈 감독은 왜 송신영을 8회에 투입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박 감독은 "우리로서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면 된다. 승리가 꼭 필요한 경기였고, 송신영의 몸 상태도 좋았다. 우리 (불펜)투수들 가운데 송신영이 가장 좋았기에 8회에 등판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말한 내용 속에는 송신영을 8회에 투입한 숨은 이유들이 있었다.
▲충분히 쉰 송신영 2이닝 정도야…
송신영이 8회에 올랐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투수구 30개 정도는 예상한 등판이었다. 실제로 송신영은 2이닝 동안 33개를 던졌다.
그러나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단 송신영은 지난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투구수 11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서 정확히 8일 만의 등판이었다. 선발 투수만큼 충분한 휴식을 가진 만큼 공 끝에 힘이 넘쳤다.
더불어 송신영은 넥센 시절 마무리 손승락 앞에 셋업맨으로 등판해 2이닝 이상을 6차례나 소화한 적이 있다. 넥센에서 43차례 등판 가운데 19번이 1이닝 이상 투구였다. 경험이 많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송신영의 2이닝 활용은 분명히 무리수도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7,8회 2이닝 던지는 것도 8,9회 2이닝은 차이가 있다. 보통 경기 막판 타자들의 집중력은 앞선 타석과 차원이 다르다. 거의 또 다른 타자가 된다. 일단 이번의 경우 결과가 좋았지만 거듭된 2이닝 투구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8회 중심타선부터 시작했기 때문
또 한가지 유심히 지켜볼 점은 8회 삼성의 타선이다. 삼성은 8회 2번 배영섭부터 시작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배영섭은 3회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이 좋았다. 3회 1루에 나간 그는 연거푸 2,3루를 훔치기까지 했다. LG로서는 배영섭을 출루시킬 경우 실점 위험이 높았다.
배영섭 다음이 더 위험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박석민은 전날(20일) 투런포를 쏘아 올렸고, 최형우는 언제든지 홈런포가 터질 수 있다. 채태인 역시 파워가 뛰어나다. LG로서는 클린업 트리오에게 한 방을 맞고 역전을 허용할 경우 '끝판대장' 오승환이 출현하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박종훈 감독과 최계훈 투수 코치는 조금은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송신영을 8회에 투입해 클린업트리오부터 확실히 막고 9회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4위 복귀위해 1승이 간절했던 LG
가장 중요한 것은 LG로서 승리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LG는 전반기를 4위로 마감했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연패에 빠지며 5위로 추락했다. 22일 현재 48승50패를 기록하며 4위 롯데(52승3무47패)에 세 경기 반 차로 뒤져있다.
LG가 경기를 하는 동안 롯데는 사직에서 SK에 크게 앞서고 있었기에 LG로서는 꼭 승리가 필요했다. 만약 LG가 패하고 롯데만 승리할 경우 양팀간의 승차는 또 다시 4경기 반으로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LG는 막강 삼성 타선을 상대로 올 시즌 두 번째 1-0 경기를 이끌어냈다. 1-0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박빙으로 가다 승리를 거둘 경우 팀 분위기는 확실히 살아난다. 비록 타선이 터지지 않았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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