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이동국, 황선홍의 밸런스 무너뜨렸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1.08.22 07: 51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황선홍(43) 포항 감독이 스틸러스 후배이기도 한 이동국(32, 전북)에게 완전히 당했다. 경기 전 팀 밸런스를 통해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막겠다던 황 감독의 바람은 이동국의 플레이로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2라운드 전북과 포항의 경기는 '라이언킹' 이동국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전북이 3-1의 완승을 거뒀다. 8경기 동안 득점이 없던 이동국은 이날 무려 3골이나 포항의 골네트를 흔들며 사자후를 뿜었다.
정규리그 1위인 전북과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닥공'을 펼치는 전북을 막을 방법은 밸런스 유지라고 강조했다. 특정 선수를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과 수비에 조직력을 맞추면서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것.

하지만 전북의 공격은 달랐다. 8경기 동안 골을 터트리지 못하며 몸이 달아있던 이동국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준비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 포항은 중원에서 강력함을 드러내며 전북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허리싸움에도 치열한 공방을 펼치면서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 최고의 공격팀이라는 전북을 압도한 것. 하지만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힘이 빠졌을까. 전반 30분부터 측면 공격수들의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한 전북의 공격에 흔들리며 기회를 내줬다.
전반서 수비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던 포항은 결국 이동국에 당하고 말았다. 끊임없이 포항의 골문을 노리던 이동국은 후반 18분 신광훈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동료의 패스를 기다리던 이동국은 신광훈이 팔꿈치를 쓰며 밀어내자 넘어지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동국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득점을 터트렸고 신광훈의 퇴장까지 이끌어 내며 황선홍 감독의 전술을 망쳐 놓았다.
한 명이 퇴장당한 포항은 공수 밸런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승리를 지키겠다는 움직임이 아니었고 이미 대기하던 공격수 이승현과 루이스를 그대로 교체 투입하며 '닥공'을 이어갔다.
포항의 노병준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수적으로 우세한 전북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전술을 펼치면서 포항을 몰아친 것. 말 그대로 '닥공'은 계속되면서 황선홍 감독이 강조했던 포항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포항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증명된 것은 후반 33분 이동국의 두 번째 골. 교체 투입된 루이스가 골문 앞으로 달려들 때 이동국은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포항 골키퍼 신화용은 루이스에 대한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동국의 패스는 그대로 포항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최근 8경기 동안 골 맛을 보지 못하며 부담감이 컸던 이동국은 두 번째 득점을 통해 완전히 살아났다. 이동국은 후반 추가시간 서정진의 패스를 이어받아 감각적인 왼발슈팅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의 부진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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