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이장' 최강희 전북 감독의 또다른 별명은 '재활 공장장'이다. 잊혀졌던 선수들을 살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의 산물이다. 정규리그 1, 2위의 빅뱅인 포항과 경기서도 최강희 감독은 굳은 믿음을 통해 이동국(32)의 해트트릭을 이끌어 냈다.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2라운드 전북과 포항의 경기는 '라이언킹' 이동국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전북이 3-1 완승을 거뒀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포항과 승점차를 7로 벌리며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동국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최강희 감독님이 계시는 전북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08년 후반 성남으로 국내 복귀 후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동국을 재활시키며 새로운 전성기를 유도한 최강희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2009년 성남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이동국은 그 해 K리그 29경기에 나서 21골을 기록하면서 데뷔 11년 만에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전북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이동국은 전북의 간판 선수로 변신하면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1년에도 이동국은 최 감독의 믿음 속에 맹활약을 했다. 올해 리그에서는 김정우(상주) 데얀(서울)과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특히, 2선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10도움을 기록,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장마비가 쏟아지며 이동국의 사자후는 터지지 않았다. 8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데얀 김정우와 득점왕 경쟁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믿음은 변함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포항과 경기를 앞두고 "(이)동국이가 친정팀을 상대로 부진을 풀어야지 누구에게 풀겠느냐"고 웃으면서 "동국이가 골은 못 넣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면 내가 먼저 뺐을 것이다. 단지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것뿐"이라고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나믿이믿(나는 믿는다. 이동국 믿는다)'이었다. 최 감독은 "오늘 동국이가 골을 넣고 포항에게 승리한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다. 그는 후반 18분 신광훈과 경합 끝에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냈고 득점으로 연결해다. 이를 시작으로 이동국은 후반 33분 행운의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다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수비수 경합을 떨쳐내고 또 다시 골망을 갈라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동국 본인도 8경기 동안 골을 터트리지 못하면서 조바심을 냈다. 그는 경기 후 "그동안 골이 터지지 않아 부담스러움도 분명히 있었다"는 이야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의 수장인 최강희 감독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재활 공장장'이라는 별명처럼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다시 살려냈다.
이동국의 회복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전북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그렇게 팀을 위기서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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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이 2009년 챔피언에 등극하고 트로피를 들어보이는 장면(위)과 그 해 K리그 시상식서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