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 경쟁이 미궁 속으로 빠졌다. 춘추전국시대로 흘러갈 듯한 흐름이다.
올해 타격 1위 자리는 KIA 이용규가 꾸준히 지키고 있다. 19일 현재 3할4푼2리의 타율로 이 부문 1위. 그러나 한창 좋을 때보다 타율이 많이 떨어졌다. 7월까지 무려 3할6푼9리였던 이용규의 타율은 8월 3주가 지난 시점에 2푼7리나 떨어졌다. KIA가 8월 내내 우천 연기 없이 강행군을 치르며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1990년 타격왕을 차지한 경력이 있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달초 "이용규는 체력이 떨어질 때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커리어가 있는 이대호는 상태가 안 좋아도 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말대로 3할4푼의 타율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는 롯데 이대호는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꾸준하게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8월 15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도 없지만 2할9푼3리로 기본 타율을 치고 있다. 잔부상을 안고 뛰느라 컨디션이 100%가 아니지만 꾸준하게 안타 1~2개씩 때려내며 3할4푼 언저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006년, 2010년 두 차례나 타격왕을 차지한 커리어가 있는 타자다.

이용규와 이대호의 2파전 양상이었던 타격왕 경쟁은 두산 포수 양의지의 등장으로 일대 격변을 맞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던 양의지였지만 19일부터 규정타석을 채우며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타율 3할3푼7리로 이 부문 3위.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8월 15경기 타율이 4할. 후반기 18경기 타율 4할1푼5리는 리그 전체 1위다. 1984년 이만수 이후 두 번째 포수 타격왕을 꿈꾸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이용규-이대호와 타격왕 레이스를 벌였던 LG 베테랑 이병규는 최근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 모양새. 3할2푼8리의 타율로 이 부문 4위를 지키고 있지만 8월 14경기에서 2할2푼6리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월부터 31경기에서 타율 2할3푼7리로 장기 하향세. 하지만 워낙 몰아치기에 능한 타자라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병규는 2005년 타격왕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 만 37세인 이병규는 1982년 원년 백인천(39세·0.412) 이후 최고령 타격왕을 노린다.
이외에도 타격 5위 손아섭(롯데·0.323)과 6위 최정(SK·0.321)도 여차하면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 태세를 하고 있다. 풀타임 경험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라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될게 없다. 어느덧 타격 7위까지 치고 올라온 롯데 홍성흔(0.319)이 3년 연속 타격 2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 7월 이후 34경기에서 홍성흔이 기록하고 있는 타율은 무려 3할8푼4리. 이 기간 그보다 높은 타율의 타자는 없다. 그만큼 방망이가 뜨겁다. 지금 페이스만 꾸준히 유지한다면 시즌 막판 다시금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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