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적인 승리. 그 한켠에는 든든한 선배와 친구가 있었다.
한화 우완 투수 송창식(26)에게 지난 21일은 특별한 하루였다. 이날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한 송창식은 기대이상 깜짝 호투를 펼쳤다. 지난 4월12일 문학 SK전 이후 131일만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5⅔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5-1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004년 8월4일 사직 롯데전 이후 7년16일 날짜로는 2573일 만에 거둔 감격적인 선발승. 손가락 끝에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이 무뎌지는 폐쇄성 혈전혈관염 이른바 '버거씨병'으로 2년간 그라운드를 떠나있다 돌아와 거둔 눈물 겨운 승리였다.
송창식 본인만큼이나 그의 선발 승리를 기뻐한 이들이 있었다. 고교 선배 박정진(35)과 동갑내기 친구 박노민(26)이 바로 그들이었다.

박정진은 송창식과 원정 룸메이트를 지내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그랬다. 세광고 9년 선배로 재기를 꿈꾸는 송창식을 곁에서 돕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박정진은 대학 시절 교생실습으로 학생 투수 송창식을 처음 만난 뜻 깊은 인연이 있다. 누구보다 애틋한 마음. 시즌 전 박정진은 "창식이가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창식이가 선발로 잘 던지고 내가 중간으로 나가 막으면 좋을 것"이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이날 진짜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송창식이 7년 만에 선발로 100개 이상 공을 던지며 5이닝을 넘겼다. 6회 2사까지 잡아낸 송창식의 총 투구수는 107개. 그때 한화 불펜에는 등번호 17번 박정진이 몸을 풀고 있었다. 5-1로 리드한 2사 1루.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송창식이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틀 연속 구원등판으로 지친 박정진이 3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그는 혼신의 힘으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후배의 선발승을 지켰다.
박정진은 "창식이의 선발승을 정말 축하한다. 학교 후배로 만난 인연이 있기 때문에 더욱 승리를 바랐다"며 "시즌 전부터 생각했었던 그런 상황이 온 경기였다. 내가 승리를 지켜주고 싶었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집중했다. 전날 경기에서 못한 것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게 창식이의 선발승 경기라 더욱 기분이 남다르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포수 박노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고졸 신인으로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뛰어든 동기. 신인 송창식의 150km 안팎의 묵직한 공을 직접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한 박노민은 친구가 불치병으로 유니폼을 벗고 다시 입는 과정을 지켜봤다. 마침 그는 이날 친구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몸쪽을 과감하게 요구하고,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거는 공격적인 투수리드로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타격에서도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하며 공수에서 송창식의 승리를 도왔다.
박노민은 "창식이의 선발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돼 너무 기쁘다"며 "창식이가 평소보다 더욱 집중하며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선발이 아니라 준비가 덜 됐을텐데도 신중하게 집중해서 던졌다. 덕분에 나도 더 집중해서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인 시절 만큼이나 볼끝이나 구위가 좋았다. 고생을 많이 한 친구의 승리이기 때문에 정말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7년 만에 거둔 송창식의 감격적인 선발승. 그를 도울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뻐한 선배와 친구가 있기에 2573일만의 선발승은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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