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쿠어스필드는 없었다. 그곳에는 '닥터K' 김혁민이 있었다.
한화 우완 투수 김혁민(24)이 데뷔 후 개인 최다 탈삼진으로 위력을 떨쳤다. 김혁민은 23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과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4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1실점 위력투를 펼치며 시즌 5승(9패)째를 따냈다. 12탈삼진은 데뷔 후 개인 최다. 지난 6월11일 사직 롯데전 이후 73일 만에 거둔 선발승을 거두며 개인 6연패 사슬을 끊은 김혁민은 팀의 3-1 역전승도 이끌었다.
올해 첫 청주 경기. 청주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국판 쿠어스필드로도 불렸다. 종전 좌우 펜스거리가 98m였지만 올해 100m로 늘렸다. 그러나 중앙 펜스거리는 변함없이 110m로 여전히 짧은 편. 타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기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11일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청주구장에서 LG를 상대로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17개로 역사를 쓴 바 있다.

그리고 이날 올해 첫 청주 경기에서 김혁민이 류현진을 연상시키는 탈삼진 쇼로 청주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1회 1번타자 배영섭을 몸쪽 꽉 차는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할 때부터 조짐이 좋았다. 4번타자 최형우마저 몸쪽으로 직구를 던져 스탠딩 삼진 처리.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 2회에도 박석민과 조영훈을 연속 삼진 잡으며 위력을 떨친 김혁민은 3회 1실점했지만 4회에 다시 조영훈과 신명철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5회에도 김상수와 배영섭을 스탠딩 삼진으로 요리했다. 김상수와 배영섭 모두 방망이조차 내지 못한 채 스탠딩 삼진 당했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완벽하게 찔렀다. 6회에도 첫 타자 박한이를 삼진 처리한 김혁민은 채태인에게 안타,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볼로 2사 1·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조영훈을 다시 한 번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어갔다. 이번에는 131km 포크볼로 조영훈의 헛스윙을 유도해낸 결과였다.
7회에도 김혁민은 2사 1루에서 배영섭을 3구 삼진 아웃시켰다. 3구째 바깥쪽 직구에 배영섭이 배트를 꺼냈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배영섭은 김혁민에게 4연타석 삼진으로 철저하게 당했다. 조영훈도 3연타석 삼진. 채태인과 현재윤을 제외한 삼성의 선발 타자 7명이 모두 김혁민에게 삼진을 당했다. 이날 총 110개 공을 던진 김혁민은 그 중 직구가 84개에 이를 정도로 힘있는 피칭을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 149km. 삼진 9개가 직구로 잡은 것이다.
김혁민의 종전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2008년 9월9일 잠실 LG전과 올해 5월19일 잠실 두산전에서 기록한 7개. 이날 종전보다 5개나 더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올해 한화 팀 내 최다 탈삼진. 류현진이 2차례 탈삼진 11개를 기록한 것을 뛰어넘었다. 리그 전체로 넓혀도 올해 김혁민보다 많은 삼진을 잡은 투수는 없다. KIA 윤석민이 지난달 30일 광주 넥센전에서 12개를 잡은 게 올해 리그 최다 탈삼진. 김혁민이 탈삼진에서 윤석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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