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타' 김현수, '회귀'가 이끈 결과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24 10: 55

"예전에 하던 타격 있잖아요. 우직하게 공 끝까지 보고 때려내는 거. 요즘은 그렇게 치고 있어요".
 
3년 전. 어떤 코스의 공이라도 때려낼 것 같은 기세로 휘두르는 그의 타석에 투수들은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한화의 김태균이나 롯데 이대호 같은 거포와 달리 그는 어떤 공이라도 컨택해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위력을 발산했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가는 교두보도 마련했다.

 
그리고 3년 후 그는 다시 그렇게 방망이를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다. 김현수(23. 두산 베어스)가 다시 자기 본연의 타격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23일 문학 SK전서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회 2타점 우익수 방면 쐐기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3할8리 11홈런 71타점(23일 현재)을 기록 중인 김현수의 최근 5경기 타격 성적은 4할9리(22타수 9안타) 2홈런 11타점. 특히 김현수의 최근 타격은 단순한 결과만이 아닌 과정이 좋았다는 점을 높이 살 만 하다.
 
23일 SK전 3회초. 무사 2,3루서 김현수는 풀카운트까지 대결을 이끈 뒤 상대 선발 게리 글로버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그대로 당겼다. 최근 두 시즌 동안 김현수에게 몸쪽 포크볼은 왼손 투수의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와 함께 헛스윙을 자주 유도했던 공.
 
그러나 김현수는 이를 그대로 때려내는 데만 집중해 팔로스윙까지 이어갔다. 다소 엉거주춤한 타격폼으로 이어졌으나 워낙 당기는 힘이 좋았고 타구를 바라보는 동작까지 잘 이어졌기 때문에 우익수 왼쪽 빈 곳에 떨어지며 2타점 2루타로 이어졌다. 경기 후 김현수는 당시 2루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풀카운트였기 때문에 들어오면 무조건 쳐야 했고 어쨌든 맞힌다는 생각으로 때려냈다". 무언가를 노린다는 이야기보다 '존에 왔다 싶으면 때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섰던 3년 전 김현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뒤이어 김현수는 "준비동작이 좋아졌다. 다리를 드는 동작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간 덕분에 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경기 전 김현수는 이전까지 생각이 많아 제 나름의 타격을 하지 못했다며 반성했다.
 
"어느 순간 제 타격을 잃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찍어서 치고 스윙 궤적을 짧게 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장타도 줄고. 6월 중에 감을 잡았다 싶었는데 그게 오래 가는 일은 없었어요. 저 원래 그냥 우직하게 때려냈잖아요. 공에 집중하면서 들어왔다 싶으면 과감하게 때려내고자 합니다".
 
그동안 김현수의 야구는 쇠퇴라기보다 머릿 속으로 생각했던 여러가지 야구 이론이 충돌하며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준 인상이 짙었다. 이는 코칭스태프의 지도가 잘못 되었다기보다 선수 본인이 스스로 대동소이하게 매커니즘에 변화를 주며 과도기를 거쳤다는 점이 컸다. 김현수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때렸던 데 그치지 않을 정도로, 야구 욕심이 대단한 타자다.
 
탈바꿈이 정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점토에 흙을 점점 덧붙여나가듯 제대로 된 틀을 잡고 점차 제 크기를 불리는 것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김현수의 최근 활약상은 마치 그와 같은 2차 성장세를 보는 듯 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