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영화 ‘푸른소금’으로 돌아온다. 추석 대목, 액션과 멜로, 그리고 유머가 절절히 조합된 이색적인 영화로 말이다.
영화 ‘푸른소금’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송강호의 상대역으로 캐스팅 된 신세경이 내뿜는 싱그러운 향,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푸른 영상, 잊지 않고 관객들에게 툭툭 내던지는 소소한 웃음까지. 하지만 ‘푸른소금’의 가장 단단한 결정체는 역시 오랜 기간 잘 숙성된 와인처럼 감미로운 연기 맛을 내는 송강호다.
‘푸른소금’은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전직 보스 두목과 그의 감시를 의뢰 받고 접근한 세빈이 서로의 신분을 감춘 채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
극 중 송강호는 요리학원에 다니며 음식점 주인이 되기를 꿈꾸는 ‘윤두헌’ 역을 맡아 중년의 거친 남자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액션 멜로 ‘푸른소금’에서 송강호는 전작들과는 180도 다른, 여심을 흔드는 ‘남자의 매력’을 풍긴다. 그는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한 걸까. 개봉을 앞두고 송강호를 인터뷰 했다.
“그간 강렬한 작품 많이 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작품 중 ‘박쥐’ ‘밀양’ ‘푸른소금’이 멜로 장르다. 다시 멜로를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전작들과는 다른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남녀의 불같은 사랑 얘기가 아니다. 정확하게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연민, 우정처럼 남녀 사이의 어떤 감정을 담아내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통상적인 멜로였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거다.”
신세경 송강호이란 신구 조합은 이 영화가 여느 멜로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생의 큰 굴곡을 지나 죽음까지도 무덤덤해진 남자와 상처투성이의 어린 짐승 같은 신세경은 거친 톱니바퀴처럼 삐걱대면서도 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그들의 연기 호흡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품은 신인배우가 하기엔 어려운 내용이다. 특히 세경이는 드라마만 했던 터라 긴 시간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연기해야 하는 영화엔 적응이 안 된 상황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워하더라. 자기 또래랑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모든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주연으로서 주도적으로 영화에 발을 담그더라.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텐데 나중엔 내가 세경이를 못 따라갈 정도였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지 않나. 농담으로 ‘너가 푸른소금을 했는데 이제 뭘 못 하겠냐’고 말했다.(웃음) 초반엔 힘들어했지만 적응이 된 후엔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라.”
이 영화는 송강호 신세경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뿌렸지만, 영화 ‘시월애’ 이후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현승 감독의 복귀작으로도 주목 받았다. 영상미의 대가로 불리는 이현승 감독과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송강호에겐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됐다.
“오랜 세월 작품 활동하면서 쌓은 감독님의 내공을 존중한다. 젊은 감독들의 기백도 좋지만 노련한 인생 선배 같은 분과 작품을 했을 때의 깊은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영화인으로서 감독님의 독특한 영상세계에 끌렸다.”
연기 경력 23년 차의 배우 송강호. 그에겐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더 풀기 어려운 숙제가 생겼다. 자꾸 편안하고 쉬운 선택을 하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제 40대 중반이니까 안주하려는 마음이 가끔씩 든다. 흥행이 보장된 영화, 안전한 영화가 자꾸 보인다. 그런 선택을 안 하게끔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지점에 온 것 같다. 배우로서 큰 숙제다.”
그는 배우의 연기 인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의 삶처럼 여겼다. 탄생과 성장, 절정,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삶의 사이클처럼 지금은 정상에 서있을지라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조연, 단역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배역의 크기보다는 작품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차기작 ‘하울링’은 여형사의 이야기다. 나보단 여자 주인공이 중요한 영화, 그래서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 않을까. 좋은 작품이라면 배역, 비중 따지지 않고 하고 싶다. 계속 주연을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더 나이가 들면 조연으로, 단역을 하게 될 거다. 당연한 거다. 그래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의형제’(2010년) 이후 올 하반기 개봉하는 ‘푸른소금’과 ‘하울링’, 내년 개봉 예정인 ‘설국 열차’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송강호는 영화 속 캐릭터만큼 유쾌했고, 청춘을 닮은 생동감이 넘쳤다. ‘푸른소금’으로 또 다른 삶을 살다온 그는 자신감 넘치는 여유로움으로 관객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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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