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MVP? 내가 아니라 승환이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24 10: 54

"제가 아니라 승환이형이 받아야죠".
삼성 4번타자 최형우(28)는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4번에 고정된 최형우는 101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 22홈런 77타점 장타율 5할6푼9리를 기록 중이다. 타격 8위, 홈런 공동 1위, 타점 공동 2위, 장타율 1위에 랭크돼 있다. 롯데 4번타자 이대호(0.980)를 밀어내고 OPS(출루율+장타율) 전체 1위(0.982)에 오를 정도로 파괴력이 좋다.
그를 향한 칭찬도 끊이지 않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팔로스로가 좋아 타구를 멀리 나간다. 컨택 능력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삼성 수석코치 시절 최형우를 지켜본 한화 한대화 감독은 "결국 경험이다. 타격폼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그동안 꾸준하게 경기에 출장하며 쌓인 경험이 기량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감독은 "배고픔을 느끼고, 고생을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철이 빨리 들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삼성에서 한 번 방출된 후 재입단하는 과정을 의미한 것이다.

조금씩 MVP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이대호와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홈런은 같고, 타점은 이대호가 7점차로 앞서있다. 최근 페이스만 놓고 보면 최형우도 만만치 않다. 한대화 감독은 "승부가 될 듯하다"고 전망했다. 홈런·타점 타이틀 홀더는 곧 MVP 후보였다. 29년간 총 14차례 MVP가 홈런·타점왕이었다. 윤석민(KIA) 이대호(롯데) 오승환(삼성) 등이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형우도 그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최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우리팀에서 MVP가 나온다면 승환이 형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올해 43경기에서 1승36세이브 평균자책점 0.59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 마무리투수가 MVP에 오른 전례가 없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최형우마저 MVP 경쟁에 가세한다면 삼성 팀내에서 표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주저하지 않고 "당연히 승환이형"이라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형우는 "난 MVP 후보가 되기 어렵다. 홈런 1위를 하더라도 30개 정도는 쳐야 하는데 지금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그리고 지금 윤석민이 워낙 잘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윤석민은 올해 22경기에서 14승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2 탈삼진 147개로 트리플 크라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MVP 후보. 최형우도 이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23~25일 한화전에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청주구장을 방문한 최형우는 그러나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는 "청주에 오기 전까지 30명 정도한테 청주에서 홈런을 많이 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청주나 대전이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너무 홈런만 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자세를 낮췄다. 욕심을 버리고 무심 타법으로 휘두르겠다는 의미. 점점 완성형 4번타자로 거듭나고 있는 최형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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