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중심축이 매니저에서 프로듀서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매니저를 주축으로 한 각 기획사가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이제 곡을 직접 만드는 작곡가 출신의 프로듀서가 기획사를 이끄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걸출한 작곡가이기도 한 박진영이 JYP엔터테인먼트로 ‘빅3’에 안착한 가운데,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등 인기 작곡가들이 속속 기획사의 수장이 되고 있다. 이제 신인가수의 데뷔 소식에 ‘누가 매니지먼트해?’보다 ‘어떤 프로듀서의 작품이야?’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PR보다 콘텐츠 자체의 힘이 더 중요해진 가요계 트렌드를 반영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NAP엔터테인먼트를 세운 최갑원 프로듀서는 “음악의 소비패턴이 빨라지고, 신곡의 수가 급증하고 있어 양질의 콘텐츠만 살아남게 됐다”면서 “예전에는 작곡가는 곡만 던져주고, 매니저가 프로듀싱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바뀌고 있다. 프로듀서가 아티스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직접 관여할 수록 가수에게 잘 맞는 곡이 나오다보니, 프로듀서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가요계에서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프로듀서는 10명 내외. OOO가 만들었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대표적인 프로듀서들을 정리해봤다. 두 말이 필요 없는 ‘빅3’ 소속 프로듀서들과 ‘레전드’로 통하는 김형석(키위뮤직), 윤일상(내가네트워크) 등은 제외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비의 ‘나쁜 남자’,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2AM의 ‘죽어도 못보내’ 등 다양한 색깔의 메가히트곡이 다수. 가수들의 홍보 자료에서도 그의 이름 석자면 별다른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상태. 지난 상반기 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제작자로서 걸그룹 글램과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용감한형제
유명 작곡가 시대를 활짝 연 인물. YG에서 독립한 후 손담비에게 준 ‘미쳤어’가 크게 히트하자 가요계에선 그를 잡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다. 이후 애프터스쿨, 유키스 등에게 히트곡을 선사했고, 최근 씨스타와 찰떡 궁합을 과시 중이다. 효린은 그에 대해 “새로운 것을 계속 퍼주시는, 우물 같은 존재”라고 평하기도 했다.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런칭시켰다.
신사동호랭이
비스트와 포미닛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곡가. 이들의 타이틀곡이 모두 신사동 호랭이의 작품이었다. 티아라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보핍보핍’, ‘롤리폴리’ 등이 그의 작품. 일레트로닉을 기반으로 중독성 강한 훅을 잘 만들어낸다는 평가다. 최근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기획사 에이비엔터테인먼트 설립하고 아이돌 멤버를 뽑는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김도훈
음반 퍼블리싱 회사 뮤직큐브의 이사. 지나와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오며, 그를 ‘음원퀸’으로 키워냈다. ‘꺼져줄게 잘 살아’를 비롯해, ‘블랙 앤 화이트’, 최근 ‘탑 걸’까지 모두 그의 작품. 지난 상반기 음원차트는 그의 ‘독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지난 3월 휘성의 ‘가슴 시린 이야기’와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 씨엔블루의 ‘직감’을 연이어 1위에 올려놓으며 저력을 발휘했다.
스윗튠
카라의 ‘오늘’이 있게 한 작곡가 집단. 한재호-김승수 콤비가 대표적인 인물로, 카라의 ‘락 유’로 발랄하고 통통 튀는 카라의 색깔을 잡아줬고 이후 ‘허니’, ‘미스터’ 등을 만들어 카라의 대표곡을 다수 선사했다. 최근에는 인피니트와 나인뮤지스의 앨범을 맡아주고 있으며, 오는 9월에 발표될 카라의 정규3집 타이틀곡 ‘스텝’ 역시 이들의 작품이다. 가수의 색깔을 잡아주고, 제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잘 뽑아낸다는 평이다.
이트라이브
소녀시대의 ‘GEE'로 메가히트곡을 남긴 작곡가 집단. 이외에도 이효리의 ‘유고걸’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전속 프로듀서로서, 소속 그룹인 달샤벳의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다. 멤버 구성부터 의상, 콘셉트, 안무까지 상당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차기 그룹 데뷔도 준비 중이다.
조영수
넥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총프로듀서. 경영을 전문인에게 맡기고, 그 외 의상, 콘셉트, 뮤직비디오 등 음악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총괄한다. 신인가수 숙희를 데뷔시켰으며, 엠넷 '슈퍼스타K2'의 김그림도 맡고 있다. 올 가을을 목표로 남자 듀오도 데뷔시킬 예정이다. 히트곡은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상태. SG워너비의 거의 모든 히트곡을 썼으며, 지난해엔 허각의 ‘언제나’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최갑원
아이유를 발굴한 프로듀서로 유명하다. 최근 NA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독립, 솔로가수 영지 등의 음반을 기획했다. 현재 보컬그룹 원티드의 음반도 프로듀싱하고 있다. NA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올 보컬그룹 소울스타 및 남녀 아이돌 그룹의 총 기획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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