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난할 수 있도, 비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 끝난 것도 아니고, 망연자실하면서 침통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2일 오전 위메이드가 자사가 운영하는 폭스 프로게임단 해체 소식은 e스포츠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소문을 듣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e스포츠팬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인수기업을 물색해왔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개발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했다면서 끝내 해체를 결정한 위메이드의 입장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그 어떤 곳 보다도 글로벌 프로게임단을 지향했던 위메이드가 아니던가.

여기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타 프로게임단들의 해체 관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e스포츠 판자체는 과거 승부조작이나 지적재산권 분쟁 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시각만 있을까? e스포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가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그 동안 한국e스포츠협회를 비롯해 e스포츠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내실 다지기였다. 게임 방송국을 비롯해서 중계권 사업권자인 IEG가 팀을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e스포츠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내부의 이익을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해체가 거론되는 방송사팀이나 경영악화로 팀을 접는 것은 분명 악재지만 이는 시장을 올바르게 돌릴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 동안 스타크래프트1 한 쪽으로 쏠려있던 리그의 구조 개편을 꾀할 수 있고 리그 역시 경쟁력이 넘치는 선수들로 채울 수 있다. 기업이익을 위해 판자체들을 흔들고 망치는 팀들을 남기느니 이참에 리그의 경쟁력을 더 키워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구조로 개편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분석들이다.

여기다가 아직 다음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나빠진다는 말만 할 수 도 없다. 아직 변수는 많기 때문이다. 한국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와 세계적인 추세에는 뒤떨어지지만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크래프트1의 통합 가능성도 남아있는 만큼 기존 의사결집의 걸림돌들이 사라진 것을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리그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찾은 만큼, 건실한 기업을 찾으면서 콘텐츠 가치를 더욱 키워야 한다. 아쉽게 무산됐지만 한국e스포츠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꿈꾸며 추진했던 프로리그 결승전처럼 지난 12년간 꿈꿔오던 세계를 상대로 e스포츠 마케팅을 벌이면 된다.
위메이드는 해체됐다. 그러나 전혀 위축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비롯해서 e스포츠 업계가 어떤 돌파구와 해결책을 제시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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