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는 현진이보다 낫다".
한화 우완 투수 김혁민(24)에게 지난 23일 청주 삼성전은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7이닝 4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1실점. 최근 6연패 사슬에서 벗어나며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 7개를 훨씬 능가하는 숫자.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작아 '한국판 쿠어스필드'라 불리는 청주구장에서 세운 기록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과거 홈런쇼에 들썩였던 청주구장은 그의 탈삼진쇼에 흥분했다.
경기 후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어메이징하다. 내 전성기보다 나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혁민의 공을 직접 받으며 12탈삼진을 이끌어낸 포수 신경현은 "볼에 힘이 좋았다. 직구는 현진이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혁민은 총 110개 공 중에서 84개가 직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 평균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된 묵직한 돌직구에 삼성 타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혁민은 입단할 때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의 묵직한 직구는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김혁민은 직구의 위력을 100% 살리지 못했다. 직구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볼만 던지며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들도 김혁민의 직구만 노리고 들어갔다. 그래서 피홈런도 많았다.
신경현은 "혁민이 직구는 정말 위력적이지만 아직 멀었다. 무엇보다 제구가 잘 되어야 한다. 제구만 되면 타자들이 정말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날 삼성전이 바로 제구가 잘 된 날이었다. 신경현은 "다른 날보다 제구가 좋았다. 제구가 안 되면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타자들도 알고 치게 된다. 제구가 되면 변화구도 던질 수 있고 타이밍도 뺏을 수 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혁민은 삼진 12개 중 9개가 직구로 잡은 것이다. 흥미로운 건 12개 중 6개가 스탠딩 삼진이었다는 점. 상대 타자들이 배트조차 내밀지 못하고 당할 정도로 허를 찌른 볼 배합이 많았다. 직구 제구가 이뤄지자 수싸움하기에 유리했다. 물론 이날도 사사구가 4개 있었지만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승부한 결과였다.
김혁민은 본인의 직구에 대해 "나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그동안 밀어던지는 게 있었는데 힘껏 던지다 보니 직구가 좋아진 듯하다. 오늘 경기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웃었다. 이어 "가운데만 보고 넣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동안 제구가 되지 않는 게 있었는데 낮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직구는 류현진보다 위력적이다. 제구만 되면 누구도 칠 수 없다. 12탈삼진 경기는 김혁민의 제구된 직구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