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려고 한다".
24일 청주구장.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지난 23일 청주 한화전에서 타선이 한화 투수들에게 삼진만 17개를 당하며 1-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81일 만에 시즌 3번째 3연패. 2위 SK에 5.5경기차로 변함없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서 찾아온 3연패는 결코 달갑지 않았다.
결국 류중일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심각한 타격부진에 시달리던 박한이, 신명철, 조영훈을 모조리 2군으로 내려보냈다. 특히 류중일 감독이 부임과 함께 공격적인 2번타자로 말뚝박은 박한이를 2군에 내려보냄으로써 선수단에 분위기 쇄신에 대한 메시지를 확고히 했다. 이들을 대신해 모상기, 손주인, 김헌곤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류 감독은 "우리도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려고 한다. 타선이 너무 못치고 있다. 삼진 17개를 당하는 게 말이 되나. 분위기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타자들이 조금만 쳐주면 된다. 어제(23일)도 투수들이 3점으로 잘 막았는데 타선에서 4점을 내지 못해 졌다"며 타자들의 분발을 바랐다.
분위기 쇄신 효과였을까. 삼성은 1회부터 2번타자로 기용된 조동찬이 볼넷으로 출루해 2루 베이스를 훔치며 한화 배터리를 흔들었다. 이어 채태인이 중견수 앞 적시타를 터뜨리며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는 진갑용이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5회 1사 만루에서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1점밖에 얻지 못하며 확실하게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9회 1사 만루 찬스에서도 1점에 그치며 역전 기회를 날려버렸다.
타선이 터지지 않자 막강 마운드마저 흔들렸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던 선발 덕 매티스가 흔들렸고, 그를 구원한 정현욱이 매티스의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이고 말았다. 3-2로 1점차 추격을 당한 삼성은 8회에도 권혁이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안지만이 이대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은데 이어 이희근에게 결승 밀어내기 사구를 주며 허무하게 전세가 뒤집혔다. 4-5 역전패. 7회까지 리드하던 경기를 어이없이 내준 것이다. 지난 2009년 7월18일 대구 LG전부터 이어온 7회까지 리드시 연승 행진도 130연승에서 마감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삼성은 3연패가 3차례 있었다. 그러나 4연패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최다연패.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 교체로 분위기 쇄신까지 노렸지만 연패 사슬을 끊지 못했다. 1위 확정의 7부 능선을 넘은 삼성에게 시즌 막판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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