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769일 만에 당한 역전패.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어떻게든 이기던 삼성의 아성이 무너졌다.
삼성은 지난 24일 청주 한화전에서 4-5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최다이자 시즌 첫 4연패를 당한 삼성이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역전패했다는 점이다. 삼성이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역전패한 것은 지난 2009년 7월16일 대구 두산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2년1개월6일간 삼성은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131경기 130승1무. 승률 100%였다.
이날 삼성은 불펜의 필승 카드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보기 드문 경기를 펼쳤다. 정현욱-권혁-안지만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가 모조리 무너진 것이다.

3-0으로 리드하던 7회말 1사 1·2루에서 선발 덕 매티스를 구원한 정현욱은 대타 추승우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으며 만루상황을 초래했다. 이어 김회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준 뒤 강동우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매티스가 남긴 승계주자 2명을 모두 실점으로 연결시켰다. 정현욱은 실점없이 ⅔이닝을 던졌지만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맞고 1점차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8회 시작부터 마운드에 올라온 좌완 권혁도 무너졌다. 선두타자 대타 이양기에게 좌전 안타, 최진행에게 좌측 2루타를 연속으로 맞은 뒤 카림 가르시아에게 볼넷을 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피안타 1볼넷. 3-2라는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에서 권혁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안지만도 만루에 강한 그답지 않게 이대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뒤 이희근에게 몸에 맞는 볼로 결승점을 줬다.
삼성은 지난 2009년 7월18일 대구 LG전부터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오승환이 부상 재활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많았지만, 정현욱과 안지만을 필두로 철통 같이 리드를 지켰다. 오승환이 돌아온 올해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한화전에 역전패당하기에 앞서 올해 7회까지 리드한 47경기에서 46승1무를 기록한 삼성 불펜이었다. 그러나 이날 천적으로 군림한 한화에게 결국 덜미가 잡혔다.
물론 삼성 불펜은 여전히 강하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2.54)에 팀 블론세이브도 8개로 가장 적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25.9%로 가장 낮은 팀이 바로 삼성이다. 비록 130연승 행진은 끊겼지만 나머지 7개팀이 올해 7회까지 리드한 경기를 역전패한 것만 해도 38차례. 삼성 불펜은 이제 겨우 1경기를 졌을 뿐이다. 그래서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역전패. 아무리 삼성이라도 한 번은 역전패할 수 있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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