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 한화, 1위 삼성에 유독 강한 이유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25 07: 00

참 아이러니다. 1위 삼성이 6위 한화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진다.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한화에게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한화는 지난 23~24일 삼성과 청주 홈경기에서 연이틀 역전승했다. 특히 24일 경기에서는 삼성 막강 불펜을 상대로 7~8회에만 대거 5득점하며 전세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올해 한화는 삼성과 16차례 맞대결에서 9승7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1위 삼성이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뒤지는 팀이 바로 한화. 한화는 지난 6월21~23일 대구 3연전에서 삼성에게 3연패 스윕을 당했지만, 이번 3연전 포함 4차례 3연전에서는 모두 2승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6위 한화가 1위 삼성만 만나면 강한 이유가 뭘까. 한화 한대화 감독은 "무슨 이유가 있겠어. 삼성이 못한 것이지"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삼성 류중일 감독도 "맞다. 맞는 말씀이다. 우리가 못해서 진 것"이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삼성은 한화를 상대로 1득점 3차례, 2득점 2차례, 3득점 2차례로 공격력 부재에 시달렸다. 게다가 3점차 이내 접전에서 4승8패로 뒤지며 삼성답지 않게 한화를 상대로는 접전에서 밀렸다. 일전 류 감독은 "한화가 제일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대화 감독은 "작년에는 우리가 삼성한테 쪽도 못썼는데 올해는 완전히 반대"라고 했다. 지난해 한화는 삼성에 4승15패로 절대 열세였다. 한 감독은 구체적인 이유로 삼성 불펜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중간 투수들이 나와도 우리 선수들이 못치는 것 아니다. 정현욱 등이 우리팀한테는 많이 약했다. 오승환이 나오기 전에는 충분히 승부 가능하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다. 
실제로 24일 역전극도 정현욱을 무너뜨린 7회부터 시작됐다. 정현욱은 올해 한화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10으로 부진했다. 3⅓이닝 동안 피홈런 1개 포함 6피안타 3볼넷으로 4실점했다. 안지만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제로이지만 4⅓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 1사구를 허용했다. 삼성의 한 투수는 "한화가 작년과 많이 달라졌다. 타자들의 모습이 바뀌었다. 뭔가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능력도 좋아졌다. 작년에는 이닝을 쉽게 소화했는데 올해는 1이닝 1이닝 막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류현진은 삼성전 3경기 모두 선발로 2승1패를 거뒀다. 승리한 2경기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류중일 감독은 "작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 류현진이 우리랑 할 때 자주 나온다"며 묘한 웃음을 짓곤 했다. 지금 류현진이 왼쪽 등 견갑골 통증으로 재활에 있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수석코치로 6년간 삼성에 몸담은 한대화 감독이지만 친정팀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없다. 오히려 한 감독은 "그래도 우리가 SK와 KIA를 많이 잡아줬다. 두 번 정도 우리가 SK와 KIA를 잡아준 덕분에 삼성이 1위에 오른 적도 있었다"고 강변했다. 올해 한화는 SK에 5승10패로 열세이지만 최근 6경기만 놓고 보면 4승2패로 강했다. KIA에게도 8승9패로 호각세. SK와 KIA는 고비 때마다 한화에 발목이 잡혀 삼성과 선두권 경재에서 밀렸다.
"도울 때 돕더라도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라며 껄껄 웃은 한 감독. 그러면서 남긴 한마디가 걸작이다. "나도 선물 받을 자격있는거 아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경기장을 방문해 삼성 선수단에 태블릿PC 50대를 선물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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