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졌다.
신태용(41) 성남 일화 감독과 주장 사샤 오그네노브스키(32)가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잡았다.
성남은 지난 24일 탄천종합운동장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2011 하나은행 FA컵 4강전서 사샤, 조동건, 라돈치치의 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성남은 오는 10월 15일 홈경기장서 수원 삼성과 결승전을 갖게 됐다.

중앙 수비수로서 팀의 무실점 경기를 이끈 사샤는 전반 38분 귀중한 선제골까지 득점하며 중요한 경기서 맹활약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펼친 사샤는 자신의 몸짓으로 신태용 감독과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신 감독과 구단은 시즌 중반 사샤가 유럽 및 중동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사샤는 지난 8월 FC 서울의 이적을 추진했고 끝내 불발됐다. 구단과 팬들 모두 허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한동안 사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호주에서 자신이 직접 스카우트해 3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샤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후에도 사샤를 경기에 계속 출전시켰고 주장 완장을 계속 맡겼다.
이후 사샤는 달라졌다. 신 감독은 포항전 후 "사샤는 2010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뒤 속된 말로 건방을 떨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일이 있은 후 태도가 달라졌다.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팀에 헌신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고 설명했다.
사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사샤는 18일 구단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이적 건으로 팬 여러분에게 실망을 준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많은 생각을 했다. 팬들의 글들을 읽고 많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존중하게 됐다. 팀이 FA컵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필 편지를 팬들에게 전했다.
사샤는 포항과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정말로 성남을 사랑한다.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 모두 훌륭하다. 최고의 팀워크를 가지고 있다.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계약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팀을 201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신태용 감독과 사샤가 성남 일화의 비상을 위해 다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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