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빛난 주장 이호준의 존재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25 10: 54

[OSEN=인천, 이대호 인턴기자] 3타수 무안타 1볼넷, 그렇지만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이만수 감독대행의 홈 첫승에 일조했다.
이호준(35,SK 와이번스)은 24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5-4로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데 방망이로 도움을 주진 못했다. 그 대신 팀의 주장으로 경기 안팎에서 더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SK는 김성근(69) 전 감독의 해임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만수(53) 감독대행이 대신 사령탑에 올랐지만 선수단과 팬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단순히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SK 답지 않은 야구를 하고 있다. 특유의 끈끈한 팀컬러 대신 '집단 무기력증'이 SK를 감싸고 있었다.

여기서 주장 이호준이 나섰다. 이호준은 23일 경기 전 배팅 훈련이 끝나자 그라운드에 흩어져 있는 공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나섰다. 보통 고참 선수들은 하지 않는 일이지만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인 것. 이유를 묻자 그는 "다 같이 (훈련을)시작했으니 다 같이 끝내야지"라고 짧게 답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24일 경기를 앞두고 이호준은 기자들에게 선수단을 대표해 최근 SK를 둘러싼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호준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면서 "오늘부터 분위기를 전환해 고참 들이 앞장서 체제가 바뀐 것에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담담하게 각오를 밝히는 그의 말투와 눈빛에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결국 이날 경기는 4-4로 맞선 9회말 1사 2,3루에서 조동화의 스퀴즈가 나오며 SK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 대행은 홈 팬들 앞에서 첫 승리를 신고할 수 있었다. 이호준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선수가 입을 모아 그의 역할과 존재감을 이야기했다.
이 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장 이호준을 비롯한 노장 선수들이 따로 자리를 갖고 결의를 다졌다고 들었다"면서 "덕분에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내 준것 같다"고 말했다. 9회말 끝내기 스퀴즈로 수훈 선수로 선정된 조동화 역시 "경기 전 이호준 선배가 우리는 뭉치는 팀워크가 좋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이호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 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주장 이호준의 리더십은 팀이 위기에 처하자 발휘되고 있다. 후반기 치열한 순위 경쟁을 앞둔 SK, 그 어느 때보다 주장 이호준의 리더십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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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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