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열받네".
25일 청주구장. 사람 좋기로 유며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4연패 중에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사령탑 부임 후 처음으로 당한 4연패가 꽤나 속쓰린 듯했다. 류 감독은 유독 한화에게 맥을 추지 못하는 것에 "열받는다"고 웃으며 농담을 던진 뒤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 연패를 빨리 끊어야 한다"며 비장함을 엿보였다. 삼성은 지난 23~24일 한화전에서 연이틀 역전패로 4연패에 빠져있었다.
무엇보다 극심한 공격력 부재가 문제였다. 마운드는 어느 정도 버텼지만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지난 24일에는 박한이·신명철·조영훈을 대거 2군으로 내려보내는 충격 조치를 취했지만, 25일 경기에서도 2차례 만루 찬스에서 1점씩 받게 얻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17경기 평균 3.6득점.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김한수 타격코치의 지휘 아래 특타도 치렀지만 경기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다. 1회, 2회, 4회 모두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돼 흐름이 거듭 끊겼다. 4회까지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얻었으나 1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4회말 외국인 선발 저스틴 저마노가 한화 3년차 신예 김회성에게 불의의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기선제압을 당했다. 시즌 첫 3연전 싹쓸이 패배라는 불길함이 현실로 엄습하는 듯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삼성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상수의 볼넷으로 잡은 2사 2루 찬스에서 조동찬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을 얻었다. 계속된 공격에서 박석민의 우전 안타와 최형우의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로 1점차 턱밑까지 추격했다. 채태인의 볼넷으로 이어진 만루에서 강봉규가 한화 바뀐 투수 신주영을 상대로 우익수 앞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5회에만 안타 4개와 볼넷 2개로 대거 4득점.
6회에도 선두타자 진갑용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추가점을 낸 삼성은 7회에도 2사 2루에서 진갑용이 좌월 투런포로 연타석 홈런을 가동하며 4점차로 달아났다. 8회에도 채태인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삼성은 안타 16개와 볼넷 9개로 9득점하며 한화 마운드를 폭격했다. 배영섭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타자 전원이 안타를 터뜨리며 8월 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터진 방망이로 웃었다. 9-3 역전승. 시즌 첫 5연패와 싹쓸이 패배의 불안감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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